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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쏙!] "책은 손 닿는 곳에 … 독서 강요는 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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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에게 왜 독서가 필요한지 먼저 생각해 보세요.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요즘 같은 정보화시대에 그 많은 정보를 다 외울 수는 없지요. 앞으로는 끊임없이 밀려드는 정보와 다양한 문제 상황들을 진단하고 분석해 스스로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내 삶의 고민은 백과사전을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독서가 중요한 것입니다."

독서는 습관이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부모가 자녀를 책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일찌감치 독서 교육에 나선다. 그러나 책을 많이 사 준다고 아이의 독서 실력까지 느는 것은 아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은 글을 써 보게 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한우리독서논술연구소의 김우철(47.사진) 실장은 학부모들에게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아이보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자녀가 책을 친구처럼 항상 가까이 두고 싶어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라"고 조언했다.

김 실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석.박사 과정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대학강사 시절 일방적인 강의 위주의 교육에 한계를 느껴 독서 교육의 밑그림을 그리는 일에 뛰어들었다. 어린이 독서교육이었다. 대학 입시의 중압감이 덜한 초등학생들부터 독서와 토의.토론 교육을 하면 주입식 교육의 틀을 깰 수 있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어린 시절 책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며 어린이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초등학생 자녀에게 독서지도를 할 때 무엇을 주의해야 하나.

"아이에게 독서를 영어단어 외우듯 하게 하면 안 된다. 이만큼 시간과 돈을 투자했으니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목적 의식이 문제다. 아이가 책과 교감하는 그 자체가 소중한 것인데 책을 사 주면서 아이가 더 많은 지식을 알고 학교 성적도 향상될 것이라는 의도가 강하면 아이는 금세 책에 질린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요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원고지 5~6장짜리 독서감상문을 억지로 쓰라고 요구하면 안 된다. '하루에 30분 이상 꼭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도 좋지 않다. 대신 집안이 좀 어지럽혀지더라도 아이의 손 닿는 곳에 책을 놓아두는 게 효과적이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에 따라 독서지도 방법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저학년 때는 아이의 생각과 흥미를 존중해 주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른들은 그림책을 풍부하게 읽지 못한다. 하지만 아이들 시각에선 글보다 그림에서 더 많은 내용을 읽어 낸다. 같은 책을 보더라도 아이마다 좋아하는 장면과 상상하는 내용이 다르다. 부모는 이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아이의 대답이나 질문이 좀 엉뚱해도 여기에 부모가 맞장구만 잘 쳐 주면 독서지도의 90%는 성공할 수 있다. 4학년 이상 고학년이 되면 관심사항이 좀 바뀐다. 점점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면서 비문학 도서나 과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시기다. 자연환경에 관한 책이나 위인전도 이쯤이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추천도서 목록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자녀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먼저 사 줘라. 특정 분야에 대한 편식이 심해지면 살짝 책만 제시해 주고 아이가 선택할 때까지 기다려라."

-책을 읽은 다음 독후 활동은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가.

"독후 활동은 분명히 필요하다. 독서를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고 해서 독후 활동 지도까지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틀에 박힌 질문은 피해야 한다. 줄거리와 주제, 교훈 등에 대해 질문을 하고는 부모가 원하는 대답이 안 나온다고 표정이 싹 바뀌면 아이는 그때부터 자기 생각을 말하기 두려워한다. 독서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다. 독서와 토론 논술은 모두 아이들의 내부에 잠재된 가능성, 개성을 살려내고 끄집어내는 교육이어야 한다. 따라서 책 내용을 소재로 자기 생활에 대해 얘기해 보게 한다든가 '주인공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를 상상해 보라고 하는 것도 독후 활동 지도 방법이다. 책과 관련된 영화를 보거나 역사적 현장.박물관을 방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글=박수련 기자,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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