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망막색소변성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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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길을 걷다가 유난히 잘 넘어지고 부딪치는 사람이 있다. 대개 '밤눈이 어둡다'며 가볍게 넘기게 되는데, 안과 전문의들은 "10대를 전후해 이러한 야맹증 증상이 나타났다면 전문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불치의 희귀병으로 알려진 망막색소변성증의 초기 증상이 야맹증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 야간에 사물 구분이 힘들 땐 의심을
흔히 야맹증으로 불리는 망막색소변성증(R.P)은 눈의 망막에 있는 세포가 변성돼 망막의 기능이 소실되는 질환이다. 노화, 백내장 등으로 밤눈이 어두워지는 것과는 다르다. 유소아기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다.

새빛안과 오재윤 진료원장은 "어두운 곳에서나 야간에 잘 볼 수 없게 되고 시야가 점점 좁아지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의학계에 알려진 환자수는 전체 인구의 0.03~0.05%선. 국내에는 1만~1만5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
발병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일어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성·열성·반성유전 등 유전 성향이 다양하다. 우성 유전은 상염색체(모두 22쌍) 중 한쌍의 염색체 내 하나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나타난다. 따라서 성별에 구별없이 유전된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환자라면 자녀가 환자일 확률은 50%다. 열성 유전은 성별과 관계없이 상염색체 한 쌍 내 2개의 유전자 모두에 이상이 생겼을 때 발생한다. 보인자(환자는 아니지만 발병 유전자를 가진 사람)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가 환자가 될 확률은 25%다. 반성 유전은 한 쌍의 성염색체 중 X염색체에 이상이 있을 때만 나타난다. 환자인 아버지와 정상인 어머니가 자녀를 낳으면 딸은 모두 환자가 되지만 아들은 모두 정상이다. 대개 세 가지 유전 성향에 해당하지만 간혹 부모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돌방성인 경우도 있다.

◆ 서서히 진행되는 망막 질환
어두운 곳에서나 야간에 잘 보지 못하는 야맹증은 망막색소변성증의 초기 증상이다. 점차 외곽 시야가 좁아져 터널처럼 가운데만 보이는 터널시야가 되거나 영상이 희미해지고 글을 읽거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증상이 심각해지다 상당수가 실명에 이른다. 백내장·녹내장· 시신경 위축 등이 합병증으로 동반된다.

오 원장은 "통상적으로 10대부터 초기증상이 많이 나타나므로 자녀들이 야맹증 증세를 보이면 전문의를 찾아 조기에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국내외 연구 진행중
병이 의심되면 최소 3대 이상 가족력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 시력 검사와 근시·백내장 유무도 살펴야 한다. 동공을 통해 안구내의 유리체·시신경유두·망막·맥락막을 관찰하는 안저 검사만으로도 확진은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완치제는 없다. 병의 진행에 따라 동반되는 백내장·녹내장 수술 등 부분적인 치료나 비타민 요법 등으로 진행을 다소 늦추는 약물치료 정도다. 최근 국내외에서 인공망막·유전자 치료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나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

오 원장은 "망막색소변성증은 병의 진행 속도 및 양상이 개인에 따라 각각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상태를 아는 게 중요하다"며 "조금이라도 진행을 늦추기 위한 눈 영양제 복용, 병의 진행 상황에 맞춘 생활방식 등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한국RP협회
망막색소변성증에 대한 환우들의 정보 공유와 국내치료 및 연구활동의 활성화, 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설립됐다. www.krps.or.kr 02-412-9113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도움말=새빛안과병원 오재윤 진료원장 www.saeviteye.com 031-900-7700

<자문의 약력>
-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 대한 안과학회 정회원
- 새빛안과벼원 진료원장

○Tip - 눈에 좋은 음식○
'몸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냥'. 하지만 눈의 소중함을 평소엔 잘 느끼지 못한다. 막상 시력이 크게 떨어지고 나서야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그러나 한번 나빠진 눈은 회복이 어렵다. 맑고 밝은 눈을 유지하려면 평소 관리가 필요하다.

눈에 좋은 음식으로는 당근을 꼽을 수 있다. 예전에는 당근 주스를 갈아 아침마다 자녀에게 먹이는 가정이 많았을 정도다. 당근에는 비타민A의 전신인 카로틴이 풍부하다. 비타민A는 시력을 보호하고 야맹증을 예방,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소·돼지·닭·오리 등 동물의 간에도 눈의 피로를 예방하는 비타민A가 많다.

김은 비타민A와 칼륨이 풍부하고 비타민 B1과 B2.C.E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눈을 위한 식품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김으로 만든 김부각은 밝은 눈을 유지에 도움이 된다.

이외에 결명자차·감잎차·구기자차·산딸기차·질경이차 등도 눈 건강을 위해 가까이 챙겨둘만한 것들이다. 결명자로 달인 차와 그 잎사귀는 예로부터 눈에 좋은 것으로 전해져 온다. 감잎차는 눈의 피로를 회복시키는데 뛰어난 약효를 발휘한다. 구기자차는 시력 감퇴 예방에, 산딸기차와 질경이차는 눈이 쉽게 충혈되거나 백내장을 억제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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