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 2라운드 공방/내일 열리는 강기훈씨 공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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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일 전문가 감정에 큰 기대/재야/“동일인필적” 유죄 자신감/검찰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 분신자살사건과 관련,자살방조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 피고인(27)에 대한 첫 공판이 28일 오전 서울형사지법 합의25부(재판장 노원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지난 5월과 6월 시위정국의 핵이었던 「유서대필사건」 재판은 검찰의 권위와 재야단체의 도덕성을 걸고 제2라운드의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강피고인을 기소한 뒤 혁노맹(혁명노동자계급동맹)가입 관련으로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를 추가,기소하는등 강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은 물론 실형까지 선고받도록 철저한 공소유지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강피고인의 변호인인 김창국·이석태 변호사 등은 검찰이 결정적 증거없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감정결과와 정황증거만으로 강피고인을 기소했다고 지적,재판과정에서 이를 뒤집어 무죄를 입증하겠다는 자세다.
변호인단은 특히 지난달 일본의 전문가가 실시한 필적감정결과 강피고인의 필적이 숨진 김기설씨가 남긴 유서의 필적과 다른 것으로 나온 것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 이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할 것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에 대해 일본에서의 필적감정결과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필적감정이 증거능력을 가지려면 우리나라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같은 공인감정기관인 일본 경비청 문서감정실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도 문제의 감정은 공인감정인이 아닌 박물관의 고서감정인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을 지적,이같은 감정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변호인단이 앞으로 공판과정에서 강피고인이 유서작성자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 필적을 공개할 것이라는 소문에 따라 필적에 대해서만은 다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처럼 검찰과 변호인단이 상반된 논리를 펼 것이 분명한 이상 앞으로 재판과정에서의 초점은 재판부가 검찰 공소사실의 핵심부분격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감정결과에 어느정도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 경우 변호인단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경찰청 산하기관임을 지적,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겠지만 법조계에서는 현실적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가 상당한 증거능력을 갖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외의 다른 공인감정기관이 없으며 재판부가 이같은 감정결과의 증거 능력을 배척하려면 감정대상물의 부정확성 또는 감정절차상의 문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강피고인은 변호인단이 낸 보석허가신청을 담당재판부가 기각했기 때문에 앞으로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한 1심재판은 구속상태에서 받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담당재판부는 강피고인이 지난 6월24일 구속됐기 때문에 늦어도 1심 구속기간(6개월)이 되는 12월24일 이전까지 강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려야할 입장이다.<이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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