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옐친 「민주혁명」 반은 성공/「제2의 레닌」역 해낼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용기·냉철·결단력 높이 평가/저돌성·대중인기영합 극복이 과제
소련 쿠데타가 실패하고 공산당 지배체제가 무너짐에 따라 소련이 직면한 시련과 혼란을 극복하고 「민주소련」을 건설할 인물로서 옐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쿠데타에 대한 저항으로 주목받았던 그가 이제는 새국가 건설자로서의 능력과 지혜가 주목받게 된 것이다.
새국가 건설자로서의 역할은 쿠데타실패 직후부터 이미 옐친에게 맡겨져 왔었다.
따라서 역사의 시계방향은 정반대지만 옐친이 해야할 역할과 기능은 1917년 10월혁명당시 레닌의 그것과 비유되고 있다.
옐친은 소련역사에서 「제2의 레닌」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그가 이미 그 가능성을 반쯤은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많은 분석가들의 지적이다.
한 사회의 변혁을 가져올 혁명을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위기에 노출시킬 수 있는 용기와 냉철한 판단력,치밀한 계획,그리고 과감한 추진력이 요구된다면 옐친은 이미 그같은 자질을 보여주었으며 혁명을 반쯤은 성공시켰다는 것이다.
소련의 민주혁명에서의 과제는 크게 정치개혁과 경제개혁으로 꼽을 수 있다.
이 두 부문에서 옐친은 확고한 지도력과 결단으로 혁명을 진행시키고 있다.
정치개혁은 공산당 해체로 시작되고 있다.
쿠데타가 실패한 직후 고르바초프가 주저하는 사이에 러시아공화국에서 공산당활동과 관련기관들의 활동을 금지시키고 언론등 공산당 통제하의 기구들을 접수함으로써 고르바초프로 하여금 공산당해체를 선언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고 공산당인사들의 정부요직으로부터 축출 등 후속조치를 잇따라 취하는 동시에 연방정부인사의 정책결정에 고르바초프와 권력을 공유키로 함으로써 정치개혁을 주도할 정치영향력을 이미 확보했다.
그는 또 그동안 중앙정부의 간섭으로 시행치 못해오던 경제개혁을 더이상 미루지 않고 소련전체에도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앞으로 소련경제를 이끌어갈 계획을 수립하도록 구성한 「4인위원회」를 자기진영 인사로 채운 것은 그의 이같은 의욕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지난 1주일사이 보여준 그의 지도자로서의 용기와 판단력,그리고 추진력은 이번 소련의 민주혁명을 성공시킬 수있는 커다란 재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여건과 혁명의 성공자체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우선 그의 개성이 밀어붙이는 불도저식으로 민주적으로 보이지 않은 점이 있고 조직보다는 대중적 인기에 의존하려는 성격이 개혁세력을 조화롭게 유지시킬지 의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산당식 독재가 아니라 그가 강조하고 있듯 「민주적 방법」으로 개혁을 성공시키는데는 자칫 그의 저돌적 성격자체가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같은 그의 성격외에도 혁명과정에서 야기될 혼란과 무질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도 그에겐 큰 과제가운데 하나다.
이와 관련,러시아공화국내 31개 자치지역과 비러시아 인종들이 자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옐친에겐 모순된 도전이다.
쿠데타실패 후 우크라이나공화국이 독립을 선언하는등 새로운 움직임은 공화국협정을 마련,연방정부 임시관리역을 맡고 있는 옐친에게 앞으로 소연방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라는 정치적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밖에 소련국민들의 악화되고 있는 경제난에 빠른 답을 해주어야 하고 러시아 뿐 아니라 소련전체의 개혁을 담당할 유능한 인재를 구하기 어려운 것도 그의 혁명추진을 제약하는 커다란 요인이 되고 있다.
불운의 정치인 옐친이 소련역사를 뒤바꾸어 놓을 성공적 혁명가가 될 것인지는 이같은 도전을 극복할 그의 총체적 지도력에 달려있다.<뉴욕=박준형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