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문학 "거듭나기" 자성의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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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민중에 대한 주관적 당위가 바로 민중문학에서 획일주의·분파주의·도식화·형식주의등의 한계를 가져오지는 않았는가.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사회주의국가에서도 이미 버린 노동자만을 위한 민중문학에 미친 듯 매달리는 것은 아닌가.
민중문학진영에서 80년대를 강타했던 민중문학작품과 이론에 대한 자체반성이 일고있다.『문예중앙』가을호에서 작가며 시인인 송기원씨는 「민중문학에 대한 한마디」란 기고를 통해, 문학평론가 유중하씨는 『실천문학』가을호에 실린 논문 「백낙청을 새로이 고쳐 읽으며」를 통해 민중문학이 배타적 당파성만 내세워 너무 외곬으로 흐르고 있지 않나를 반성하고 있다. 송씨는 민중문학의 권위지 『실천문학』전주간으로, 유씨는 노동자문화예술운동연합 부의장으로 80년대 민중문학의 핵심에서 각기 일익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이들에 의한 민중문학 자체반성은 그 의의가 크다 할수 있다.
송씨는 『굳건한 계급논리로 무장한채 역사를 향해 부릅뜬 눈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있는 걸개그림의 민중만이 민중의 얼굴은 아니다』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민중의 실체와는 먼 민중문학을 나무랐다.
송씨는 『민중은 결코 하루아침에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듯 민중의 실체는 결코 사회과학적 이론서 몇권을 읽고 발견해낼 성질의 것은 아니다』며 『민중은 이래야 된다라고 당위적 정의를 내리고 자신의 논리는 민중에게 강요하고 그리하여 자신의 작품은 물론 민중마저 화석화시키는 문학은 민중문학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송씨는 이어 『참다운 민중문학이란 민중을 당위로 괴롭히는 문학이 아니라 시대의 모순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민중의 실체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접근하는 문학』이라며 『더이상 민중에 대해 작위를 가하지 말고 퇴폐·향락·황금만능·부도덕·이기주의등 자본주의의 병을 앓고있는 민중들과 함께할 때만 진정한 민중문학은 나온다』고 밝혔다.
한편 유씨는 『지금도 계급당파성을 원론적으로 되풀이하는 자가 있다면 그야말로 내부의 적이 아닐수 없다』며 단호하게 급진적 민중문학진영에 대해 반성했다.
유씨는 『우리는 80년대에 사회주의라는 전망을 바라보며 열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찻길 위에서 「혁명의 기관차」인 노동자계급이 기차를 타고 전진하고 있으므로, 울산·마산·창원의 노동자가 살아 움직이고 있으므로 열광했다』면서 80년대민중·노동문학의 외적상황을 밝히고 『그러나 그 기차 운전사를 자처했던 젊은 우리들의 패기는 지금은 치기였음이 드러났고 「유아독좌」식의 깃발들은 지금은 펄럭이지 않는다』고 현재의 민중·노동문학의 위상을 밝혔다.
유씨는 이어 자신을 포함, 김명인·조정환씨등 민중문학이론가들이 소시민적 민족문학, 혹은 소시민적 민족주의로 몰아붙였던 백낙청씨의 문학이론을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학의 자율성, 다시말해 문학의 진정한 순수성을 부정하고 문학의 사회기능만 부르짖으면 오히려 문학의 위축을 가져온다』는 데서 출발한 백씨의 문학론을 살리는 것은 사회과학적 사고에만 얽매여 외곬으로 흐른 민중문학에 새로우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도 있다는 것이 유씨의 지적이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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