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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패신기록 대우축구감독 비츠케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축구강국 헝가리의 비츠케이 씨(48).
푸른 눈의 이방인으로 국내프로축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지도자다.
지난 1월초 월봉 5천 달러로 호화군단 대우와 계약, 국내프로무대에 뛰어든 비츠케이 감독은 90이탈리아 월드컵 헝가리 대표팀 감독답게 탁월한 지도력과 성실한 자세로 일관, 21일까지 18게임무패(11승7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팀을 선두로 이끌어 외국지도자로서는 처음 국내프로축구정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우중 구단주의 「선진축구도입」 방침에 따라 지난해 엥겔(독일) 감독에 이어 대우사령탑을 맡은 비츠케이 감독으로부터 한국축구 및 프로축구를 들어본다.
-시즌 절반이상을 치른 입장에서 본 국내프로축구는.
▲유럽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수준도 높고 활기가 넘친다. 관중들도 열광적이고 선수들도 나름대로 개성이 특출한 선수가 많이 눈에 띈다. 유럽에 비해 특징적인 것은 6개 구단의 전력이 비슷해 실력 차보다는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는 점이다.
-대우팀을 맡은 후 오늘과 같은 결과를 기대했나.
▲동계훈련기간 중 대우선수들과 합숙훈련을 하면서 다른 팀 경기를 비디오를 통해 분석한 후 올 시즌 좋은 결과를 기대했다. 물론 이같은 성적을 올리게된 것은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하고 맡은바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팀을 맡아 선수들에게 집중적으로 훈련한 점은.
▲유럽식 조직력과 한국특유의 기동력을 살리는 훈련에 중점을 두었다. 동계훈련 중 크로스컨트리 등 지구력 훈련보다 경기장에서 실전에 가까운 연습을 실시, 경기감각을 익히도록 했으며 공격·수비에 구분이 없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도록 강조하고 반복훈련을 실시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엥겔 감독의 지도로 선수들이 유럽축구에 대한 이해가 높았고 이런 상태로 2∼3년 계속한다면 대우는 훌륭한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우의 강점은 어디에 있나.
▲다른 팀에도 5∼6명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있지만 대우는 거의 모든 선수가 뛰어나다. 이태호 정용환 이재희 등 노장들의 노련미와 김주성 김판근 하석주 안성일 유수상 등 젊은 선수들의 패기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승에 자신이 있는가.
▲앞으로도 16게임이나 남아 변수가 많지만 이변이 없는 한 정상에 오를 것이다. 선수들이 다소 지쳐있지만 다른 팀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남은 경기의 승패는 정신력과 컨디션 유지에 달려있다고 본다.
-한국축구의 수준은.
▲유럽축구수준을 3단계로 나눈다면 독일·이탈리아·영국·스페인·프랑스·스웨덴·소련이 상위그룹이며 유고·체코·폴란드 등이 중간에, 그리스·터키·스위스·오스트리아 등이 하위에 속한다. 한국은 유럽 중간그룹의 중간정도에 있다고 본다.
-한국축구의 발전에 대해 조언할 것이 있다면.
▲한국축구는 정신력·기동력이 특출한 것 같다. 이 같은 특징을 선진축구와 접목시켜 특유의 한국식 축구로발전시켜야한다.이를 위해서 가급걱 어릴때 (6∼8세) 축구를 시작해야 하며중·고·대학선수들이 많은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리그제 도입이 바람직하다.
또 6개 팀의 프로축구를 12개 팀 정도로 늘려야하며 잔디구장의 확보도 시급하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린이들이 재미를 갖고 축구를 하도록 지도하고 유능한 지도자가 유소년을 맡아야 한다.
부인 안나 씨(45)·두 아들과 함께 부산에서 생활하고 있는 비츠케이 감독은 요즘 김치찌개와 생선 매운탕 등 한국음식을 즐기며 이국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아들이 여름방학으로 합류,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임병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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