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대선거구 유리할것 없다”/왜 소선거구제로 돌아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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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끼리 경쟁… 야만 「좋은 일」/도상연습 결과 “과반수 확보 어렵다”/5공세력의 원내진출 차단 계산도
국회의원선거법 개정협상을 1주일 앞둔 민자당이 협상안으로서의 대선거구제 채택을 사실상 철회해 여야의 선거법 협상은 새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개정작업을 총괄 지휘해온 김윤환 사무총장은 지난 8일 노대통령에게 『대선거구제를 협상1안,소선거구제를 2안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보고했던 당초 방침을 바꿔 『대선거구제를 협상안에서 배제시키겠다』고 못박았다.
김총장은 『28일 당무회의 논의를 거쳐 당론으로 채택할 계획』이라며 대선거구제 배제를 기정사실화해 소선거구제 당론의 신민당측과의 협상에서는 ▲선거구당 인구상한선 및 ▲선거공영제의 문제가 최대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박태준 최고위원을 비롯,민정계 일부중진과 호남위원장 등 당내 일부가 김총장의 이같은 입장선회에 반발하고 있어 민자당 당론결정과정에서 다소의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7월16일 청와대 심야회동에서 노대통령으로부터 대선거구제추진을 지시받은 것으로 알려진 박최고위원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선거구제 폐기를 기정사실화시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며 김총장의 소선거구제 당론확정 방침에 제동은 걸고 있다.
그러나 박최고위원은 대선거구제를 고집할 것 같지는 않다. 여권고위인사가 『대선거구제는 돈 덜드는 방안으로 검토된 것일뿐 대통령이 최종안으로 결심한 것이 아니다』며 『검토결과 대선거구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말해 노대통령에게도 검토결과가 보고됐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당정의 핵심인사들이 「대선거구제 불가론」을 기정사실화하는 배경에는 최근 청와대·내무부 등 관계기관과의 당정협의에서 대선거구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선거구제를 채택할 경우 ▲여당후보끼리 이전투구를 벌여 야당후보가 어부지리를 얻게 되고 ▲여권후보간 내부경쟁 과정에서 조직 분규의 우려가 있으며 ▲결국 집권당이 안정석인 과반수 이상의 의석확보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모기관에서 대선거구제의 구도하에 「도상연습」을 해본 결과 여당이 과반수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는 것이다. 지난 광역선거에서의 득표율 40% 정도로는 최악의 경우 또다른 여소야대 상황도 올 수 있음이 드러났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선거구제가 완전히 정착되기 전까지는 ▲선거구의 광역화로 인해 돈이 오히려 더 들 수 밖에 없고 ▲초·재선과 다선의원간,도시와 농촌지역 의원간의 이해대립 등 숱한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데 당정이 인식을 함께 했다는 것이다.
특히 초·재선의 적지않은 의원들이 여론수렴 과정에서 국회 의결때 대선거구제에 반대투표해 부결시키겠다고 피력했으며 대선거구제는 5공 신당을 추진중인 연희동세력의 원내 다수진출을 쉽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소선거구제를 보완하되 돈이 많이 드는 합동유세를 폐지하고 후보들의 홍보물 간행비 등을 국고에서 부담하는 등 선거공영제를 강화해 다소나마 돈이 덜 드는 제도적 보완책을 강구한다는 것이 당정이 내건 결론이라는 지적이다.
당정핵심은 일단 현행 선거법 골격을 유지하되 ▲인구 30만명이상 선거구를 분할하는 안과 ▲철저한 선거공영제 방안을 갖고 대야협상에 주력키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구제의 경우 ▲30만명이상(총21개증) ▲35만명이상(총11개증)의 두 분구안이 있으나 우선은 협상 1안으로 30만명이상 분구안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신민당은 두가지 안 모두 늘어나는 곳이 여당 우세지역이라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선거구 분할협상은 끝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30만명이상을 분구할 경우 신민 지지기반인 호남은 2개인데 비해 서울·호남이외지역은 18개이고,35만명 이상의 경우 호남은 1개구인데 비해 비호남이 10개나 되기 때문이다.
신민당은 현실적으로 인구편차의 심화로 일부 선거구의 분구가 불가피하다면 무조건 인구기준만 고려할게 아니라 주민생활권도 감안해 복합행정구역이나 도서지역의 분구도 돼야함을 강하게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정계에서는 선거구제 분할협상은 인구 35만명이상의 선거구를 쪼개되 신민측의 일부요구를 받아들이는 선에서 타협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유력하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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