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예산낭비" 충격보고서 화제|군수전문가 출신 지만원 씨가 쓴 『한국군 어디로 가야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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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국방예산과 방위산업의 낭비 실태를 낱낱이 파헤친 국내 최초의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와 화제다.
화체의 책은『한국군 어디로 가야 하나』(김영사 간).
육사 22기로 임관, 26년간 군수전문가로 일했던 전직 육군대령 지만원 씨가 70만 한국군을 하나의 경영단위로 파악, 상세한 통계와 사례분석을 통해 국방예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지씨가 이 책에서 밝힌 국방예산의 낭비 사례를 몇 가지만 간추려 본다.
▲전체 방위산업 투자분의 80%가 해외로 흘러가고 국내에 남는 부가가치는 20%밖에 안 된다.
▲「무기 국산화」는 허울 뿐 직구입 때보다 2∼3배 비싸고 시스팀의 결함과 구성원의 무능으로 기술축적도 안 되고 있다.
▲무기 국산화율 70%는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전차·장갑차·제공호·자주포·헬리콥터 등 국산 장비의 조립시 해외의존도는 평균 90% 이상, 수리부품도 72%나 된다.
▲부품 조달이 안돼 수천∼수백만 달러 짜리 첨단무기가 납품 후 얼마 안돼 고철덩어리로 변해 천대받고 있다.
▲「차세대 전투기사업」을 둘러싼 기종 선정은 F16보다 2배나 비싼 FA18로 결정됐다. 그런데 FA18은 지난 걸프전 때 F16보다 성능 면에서도 훨씬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씨는 국방예산의 낭비는 낡은 예산회계법과 감사원의 처벌위주 서류감사방식, 그리고 방위산업 관리시스팀의 결함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1961년에 만들어진 현행예산회계법은 우리 현실과 거리가 멀고 국가경제에 역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
예산회계법 중 효율화에 가장 큰 장애요소는 ▲회계연도 독립원칙 ▲목적 외 사용금지 원칙 ▲예산 이월규제조항 ▲최저가 낙찰제 등 네 가지.
회계연도 독립원칙은 「부처별 예산은 당해 연도에 l백% 집행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집행 따로 기록 따로」식의 「가라 행정」을 조장시켰다.
또 최저가 낙찰제는 정비능력이 없는 업체로부터의 구입을 불가피하게 만들어 값비싼 장비를 폐품화시키는데 일조했다.
지씨는 겉으로는 기술도입 생산이라고 말하면서 사실상 단순조립하고 있는 방위산업시스팀은 전면 재조정돼야한다고 역설한다.
기술도입 생산은 외국으로부터 직구입할 때보다 가격만 몇 배 올려놓을 뿐 엄청난 투자비에도 불구, 기술축적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실정이라는 것.
현재 세계 방위산업시장은 공급국의 급증으로 「구매자가 왕」인 상태.
이 때문에 지씨는 방위산업체만 배불리는 현행 기술도입 생산보다 해외로부터 직수입을 과감하게 늘려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방예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지씨의 대안은 명쾌하다. 첫째 70만 한국군을 하나의 경영단위로 보고, 둘째 방산정책을 경영분석을 모르는 공무원이나 기존 군수장교 손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전문지식·혜안을 가진 엘리트 그룹에 맡겨야 하며, 셋째 방위산업체에 품질관리·생산성 향상의 기업문화가 뿌리내리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예전에는 「안보전 사령관」이 군을 지휘했지만 지금은 「경제전」사령관이 지휘해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
이밖에도 지씨는 냉전질서 붕괴 이후 가열되고 있는 경제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국방예산의 낭비를 줄이는 한편 남북한 평화공존에 기초한 군비축소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호소한다. 그것이 롱일의 지름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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