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유해업소 규제가 먼저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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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소년을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하려는 행정당국의 조치는 늘 뿌리는 그대로 둔채 잎이나 줄기를 치는 잡초베기식이었다. 22일 국무회의가 의결한 미성년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인 미성년자 「야간통행금지」 규정도 그런 것중의 하나다.
이런 법규정의 마련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학교 바로 이웃에도 유흥·퇴폐업소가 성업중이고 미성년자의 출입금지 규정을 지키기는 커녕 아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유흥지역까지 곳곳에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도 필요한 일이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법적 규정이나 그에 따른 단속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실효가 있을 것이냐 하는데 있다. 오는 9월9일부터는 「미성년자 출입제한구역」에 대해서는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미성년자의 출입을 제한한다지만 과연 경찰에 그런 여력이 있을까 부터가 우선 의문이다.
이번에 그 법적 근거가 명확해졌을뿐 지금까지 이 비슷한 행정조치와 단속은 숱하게 있어 왔다. 그러나 그 효과는 늘 초기의 반짝효과에 그쳤을뿐 결과는 오늘날 우리들이 보고 있는 바와 같다.
결국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유흥·퇴폐업소 등 미성년자 유해업소를 학교주변이나 주택가에서 추방하는 일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그러한 업소들을 일정한 지역에 한정시켜야 한다. 그래야 경찰도 미성년자의 출입단속을 적은 인원으로도 손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유흥업소등이 학교주변이나 주택가를 가리지 않고 마구 뒤섞여 있는 형편이다. 아예 유흥지역의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학교마저 있다. 이러고서 어떻게 「출입금지」 조처가 실효를 거두겠는가.
더 한심한 것은 한편에선 학교주변이나 주택가의 환경보호 노력은 아랑곳없이 유흥업소의 영업허가가 계속되어 왔다는 점이다.
출입금지조처나 단속도 필요한 일이기는 하나 실현성의 차원에서 보면 2차적인 문제다. 무엇보다 이미 파악되어 잇는 학교주변이나 주택가의 청소년 유해환경업소부터 이전·폐쇄해야 한다. 과거 법령에 의해 정당한 허가를 얻은 업소라면 적절한 보상을 해 이전이나 폐쇄를 유도해야 한다. 대도시 중심가의 공해업소 이전시책처럼 새로 유흥단지를 만들어 주고 이전을 촉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다.
학교보건법등 청소년교육환경관련법이 있긴 하지만 유해업소의 이전을 촉진할 수 있는 법 규정은 미비하다. 규제대상에 빠진 것도 많다. 먼저 이런 근본적인 법규부터 보강해야 한다. 문제의 근본은 방치한채 단속규정만 강화하면 법의 권위가 떨어지고 시민의 권리침해와 단속공무원의 부정행위만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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