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업] 휴맥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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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금이야 코스닥의 대장주로 NHN을 꼽겠지만, 5년 전 만해도 '코스닥의 삼성전자'는 휴맥스였다. 세계 최고의 셋톱박스 기술을 보유한 휴맥스는 당시 주가조작과 벤처 비리로 얼룩진 코스닥에 희망이었다. 2002년 4월엔 주가가 6만 원선을 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코스닥 시장의 침체와 함께 휴맥스도 맥없이 주저앉았다. 2004년엔 6000원 선을 맴돌았다. 2005년엔 3만 원선을 회복했으나 지난해에는 주가가 전진과 후진을 거듭했다.

올 들어선 하락세다. 실적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예상치를 밑돌았다. 매출액 1389억 원, 영업이익이 59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48.3%, 73% 감소했다.

회사 측은 실적 부진의 이유로 거래 방식의 변경을 들었다. 해외 법인이 본사를 거치지 않고 현지에서 직접 원재료를 구매하는 비중을 높이고, 해외 법인을 대상으로 한 본사 매출도 이익률을 축소하는 형태로 바꿨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SK증권은 거래 방식이 전년과 같다면 매출액 1850억 원, 영업이익이 12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여전히 시장 예상치(매출액 2038억 원, 영업이익 144억 원)를 밑도는 수준이다.

한화증권은 "케이블TV.IPTV 등의 확산에 따른 위성TV 사업자의 영업환경 악화"를 지적했다. 회사 매출의 53%가 집중되고 있는 다이렉TV(미국).프리미에르(독일).스카이퍼펙TV(일본) 등의 신규 가입자 유치 부진으로 셋톱박스 판매가 줄었기 때문이다.

또 콘텐트 부족으로 고화질(HD) 방송 시장은 예상보다 성장하지 못했다. 디지털TV는 업계 내 경쟁이 격화돼 수익성 회복이 불투명한 상태다. SK증권은 이 같은 이유로 투자의견 '보유', 목표주가를 2만5700원에서 2만36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메릴린치증권은 또 "산업 성장에 대한 높은 기대감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며 내년까지 주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은 그러나 "휴맥스의 사업이 본사 중심에서 해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어 본사 실적보다 연결 실적이 더 중요하다"며 "올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6~23%, 영업이익은 47~54%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는 2만9000원을 제시했다.

NH투자증권도 "셋톱박스의 매출처가 다양해지고 있고 PVR(하드디스크에 정보를 기록하여 재생하는 신개념 디지털 녹화기기) 셋톱박스 및 디지털TV가 매출 증가세에 있다"며 목표주가를 3만 원으로 꼽았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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