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 큰 증권사 「영업실적 분석」/박의준 경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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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각 증권사들이 앞다투어 발표한 상장기업들의 상반기 영업실적 분석은 우리의 풍토에서 통계의 속보성과 정확도가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를 새삼 생각케 한다.
증권사들이 발표한 상장기업 영업성적표의 내용이 서로 들쭉날쭉해 투자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같은 학생의 답안지 내용을 놓고 여러 선생님들이 채점을 달리한 것 같은 인상이다.
예컨데 상장사들의 올상반기 순이익이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얼마나 늘었느냐 하는 대목에서 이같은 차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A라는 회사는 9.1%라 하고 B회사는 6%,C회사는 8.6%,D회사는 8.9%라고 발표한 것이다.
또 매출액 증가율에 있어서도 각 증권사간에 다소 차이를 나타냈다.
물론 이같은 차이의 일부는 각 증권사가 분석 대상기업을 서로 달리하는데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나 대상기업의 숫자가 그렇게 많이 다른 것도 아닌데 순익증가율이 6%에서 9.1%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은 분석과정에서 뭔가 크게 잘못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한다.
증권사마다 자료를 앞다투어 내려고 경쟁하다 보니 통계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정확성에 금이 가지나 않았는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전반적으로 각종 통계를 외국에 비해 너무 빨리 내고 그게 무슨 대단한 자랑거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에 대한 각종 통계는 더욱 그렇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우리경제의 조급성을 잘 나타내주는 한 단면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자료를 빨리 내려는 쪽만이 아니라 이를 빨리 받아보려는 언론이나 투자자들의 조급성에도 다같이 잘못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비단 증권사들의 영업실적 분석만이 아니라 모든 통계를 내는 기관이 좀 더디더라도 충분한 검증을 거친 자료를 내야할 때가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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