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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축구단 '서울 유나이티드' 이달 말 창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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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8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상견례를 한 서울 유나이티드 선수들과 임원진, 붉은악마 서울지부 회원들이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변선구 기자]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20대 초에서 30대 중반의 순수 아마추어 축구선수로 구성된 서울시민구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은 '서울 유나이티드'(이하 서유). 국내 성인 축구리그는 크게 3등급으로 나뉜다. 프로축구 1부 리그인 K-리그, 실업팀으로 이뤄진 내셔널리그, 그리고 아마추어리그인 K3가 그것이다.

서유는 이달 말이나 늦어도 다음달 초 창단식을 하고 4월 시즌을 여는 K3리그에 출전한다. '우리 축구팀'을 갖고 싶다는 서울 시민의 꿈과 열정이 서울 연고 시민구단을 만들어 낸 것이다.

K-리그 FC 서울과의 '더비 매치'(지역 라이벌 간 경기)를 볼 날도 멀지 않았다.

서유는 이달 초 순수 아마추어 클럽 중 최강인 '진서울 FC'와 '굿프렌드'의 통합으로 만들어졌다. 진서울에는 1997년 프로축구 신인왕 신진원과 91년 남북청소년 단일팀의 수비 주축이었던 박철(이상 33세) 등 화려한 경력의 프로 출신이 다수 포진해 있다. 굿프렌드에는 풋살(실내축구) 국가대표 우제원, 98년 안양 LG(현 FC 서울)의 FA(축구협회)컵 우승 주역인 제용삼(이상 35세) 등이 뛰고 있다.

이들은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일찍 접고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거나, 보험회사 세일즈맨 등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평일에는 자신들의 일을 하고 주말에 모여 훈련도 하고 경기에도 나간다. 급여는 전혀 없고 출전수당과 승리수당 10만원씩만 받는다. 공격수 최정훈(36.남양주 FC 유소년 감독)씨는 "이유 없이 감독.선배한테 맞는 게 싫어 대학 때 축구를 포기했다. 하지만 다시 축구를 하고 싶다. 새로운 도전에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감독은 92년 프로축구 득점왕인 임근재 대신고 감독이 겸임한다.

이들에게 든든한 원군(援軍)이 생겼다. 국가대표팀 서포터스인 '붉은악마' 서울지부가 서유의 서포터스가 되기로 한 것이다. 10개 소모임으로 구성된 붉은악마 서울지부는 회원이 5만 명에 이른다. 붉은악마 행정간사였던 김정연씨는 "응원할 수 있는 '내 팀'이 생겼다는 게 말할 수 없이 기쁘다. 수원.인천 등으로 흩어졌던 서울 토박이 축구팬들이 서유로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홈 구장으로 쓰기 위해 서울시와 협의 중이다.

문제는 돈이다. 지금은 최소한의 유급 직원만 둘 계획이어서 큰 문제가 없지만 내셔널리그, K-리그로 올라가면 큰돈이 들어간다. 서유 대표를 맡은 조점호(진서울기업 대표)씨와 몇몇 사람이 창단 자금을 마련했다. 서유 회원을 대상으로 주식을 공모하고, 올 하반기에는 서울 시민을 상대로 공모할 예정이다. 이들은 서유방송국(SUBC)도 만들어 유료 인터넷 중계를 한다. 원로 아나운서 서기원씨가 캐스터를 맡고, 해설은 젊은층에 인기가 높은 해설가 김대길.한준희씨가 기꺼이 참여하기로 했다. 개그맨 노홍철씨도 '편파 해설'로 동참하겠다고 했다.

장부다(축구전문 디자이너) 사무국장은 "팬이 주인이 되는 클럽, 올바른 축구 문화를 만들어 가는 클럽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정영재 기자<jerry@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K3는=대한축구협회가 올해 시범 실시하는 순수 아마추어 전국 리그다. 현재 14팀이 참가 신청을 했다. 내년부터 우승팀은 내셔널리그에 올라갈 자격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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