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개막 전 비공개 회동 훌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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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베이징 기대 속 긴장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 서쪽의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 8일 오후 남북한과 미.일.중.러 등 6개국 대표가 다시 한자리에 앉았다. 지난해 12월 서로 실망감을 드러내며 헤어진 지 48일 만이었다. 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한반도 비핵화의 시작점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과 함께 제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의 막이 올랐다.

    댜오위타이 제17호관인 팡페이위안(芳菲苑) 1층 회담장의 대형 6각 테이블에 앉은 회담국 대표단의 표정은 진지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뭔가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는 듯했다. 회담 개막 직전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회담에서 북한 핵 폐기 초기 조치와 상응 조치의 내용을 담은 '행동계획'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예고였다.

    북측 대표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도 시종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베이징에 도착한 김 부상은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며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대치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회담 때 공항에 도착해 "우리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는 게 선결조건"이라며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만 강조하던 때와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김 부상의 이 같은 태도 때문에 회담장 주변에선 베를린 협상(지난달 16~18일) 등 최근의 북.미 접촉에서 사실상 BDA 문제에 대한 타협점을 찾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 부부장의 개막 선언에 앞서 회담국들은 비공개 수석대표 회동을 했다. 회동이 끝난 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훌륭한 회담이었다(great meeting)"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아직 구체적인 얘기는 오가지 않았지만 총론적인 차원에서 (9.19 공동성명 이행의) 초기 조치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BDA 문제가 걸림돌이 될 기미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며 회담 진전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베이징=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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