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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김진국 기자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올 초 미국 하원 개원식. 첫 여성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는 "2006년 선거는 의회 통제권뿐 아니라 미국의 나아갈 길에 대한 변화의 요구였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민주당은 하원의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쥐었다. 각 위원장이 모두 민주당 의원으로 바뀌었다.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이 줄줄이 통과되고, 부시 행정부의 지난 6년을 평가하는 청문회가 추진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 주말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로 달려갔다. 민주당 의원 연찬회에서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다.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모습은 6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부시 대통령마저 고개를 숙이게 한 것이다. 공화당보다 겨우 16석이 더 많아진 의석에서 나오는 힘이다.

한국 의회도 판도가 바뀌었다. 2004년 4.15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은 지 1년 만에 열린우리당은 여소야대로 떨어졌다. 이번 주초에는 집단 탈당으로 원내 제1당의 자리도 한나라당에 내줬다. 이럴 때 국회 원 구성은 어떻게 되나.

한국 국회도 5공화국 이전에는 미국처럼 승자 독식이었다. 그게 깨진 게 1988년 13대 국회.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씨의 3야가 민정당을 누른 것이다. 이때 나온 타협안이 의장은 제1당, 상임위원장은 의석에 따라 나눠 갖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1998년 15대 국회 후반기. 처음으로 여당이 제1당이 아닌 구도가 됐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과반인 151석, 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합쳐도 137석에 불과했다. 자민련은 한때 김종필 총리 임명동의안과의 빅딜까지 거론했으나 3차에 걸친 표 대결 끝에 여당 의장(박준규)이 선출됐다. 한나라당의 반란 표 10여 장은 그 뒤 이어질 의원 빼가기를 예고했다.

첫 야당 국회의장은 16대 국회 후반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의 박관용 의장이다.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이때다.

열린우리당 의원들마저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마당에 집권당 프리미엄을 인정해야 할까. 탈당한 의원 30명이 여도 야도 아닌 이른바 '요당'이지만 이들을 합쳐도 절반에 못 미친다. 의장의 임기는 인정해 주더라도 다른 상임위원장은 어떻게 하나. 국회 운영을 주무르는 운영위원장은 김한길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다. 열린우리당 몫이었던 문화관광(조배숙).건설교통(조일현).예결특위(이강래) 위원장은 탈당으로 무소속이 되고도 거취 표명이 없다. 관례인 정당 의석 비례를 따져도 조정이 불가피한데 말이다.

김진국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