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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 군사대국화 묵인/가이후 방중 무얼 남겼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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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위대 평화유지군 참가 “묵묵부답”/아시아 강자역할 서로 강조
가이후(해부준수) 일본 총리는 10∼13일 중국방문을 통해 일본이 군사대국으로 가는 신호탄인 자위대의 유엔평화유지군(PKF) 참가에 대해 중국으로부터 무언의 양해를 얻어냈다.
장쩌민(강택민)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12일 아침 가이후 총리와 회담하는 가운데 89년 천안문사건 이후 국제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중국의 민주화·인권문제에 대해 『한나라가 어떤 사회체제를 갖는가 하는 문제는 그 나라 인민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해 서방측의 「내정간섭」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강총서기는 가이후 총리가 세계가 이제 유엔중심주의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일본이 인적공헌을 하고 싶다는 뜻을 비추자 「묵묵부답」으로 그쳤다.
이에대해 일본언론은 외무성 소식통을 인용,자위대 해외파병에 관해 『일정한 이해가 얻어졌다』고 표현,중국이 일본의 입장을 배려한 것으로 보도했다.
일본언론 해석으로는 종래 중국이 중일전쟁 경험과 『경제대국이 군사대국으로 되지 않은 예가 없다』는 강한 경계심으로 일본 자위대의 해외파병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혀왔으나 가이후 총리의 이번 방중때는 이를 피하고 싶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고 풀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가이후 총리는 12일 오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걸프전쟁 이후 아시아지역에서 일본과 중국의 지도적 역할을 강조,중국의 대미 견제의중을 만족시켜 준 것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가이후 총리는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학보하는데는 일중 양국이 함께 손잡지 않으면 안된다』고 전제,『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서는 안되며 유엔상임이사국으로서의 역할,책임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걸프전쟁 이후 세계질서에서 미국의 헤게모니장악을 두려워하는 중국의 입장에 일본이 동조한다는 뜻을 내심 비친 것으로 동아시아 지역분쟁,특히 한반도·캄보디아분쟁에 동반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경제적 이해가 대 중국 투자확대로 크게 늘어나고 있음을 가이후 총리가 지적한 것도 동북아 지역안보에 일본이 크게 신경쓰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음을 일깨운다.
따지고 보면 앞으로 5년간 총 8천억엔(제3차 엔화차관)이라는 엄청난 돈보따리를 계속 약속한데다 천안문사태 이후 고립상태인 중국에 유일한 우방으로 「자원방래」한 가이후 총리일행에 대국으로서 아량이 「자위대 해외파병 암묵양해」였는지도 모른다.
일본언론은 재빨리 이를 받아 『일본측은 중국에 이해를 구했다는 실적을 얻었으며 중국도 가이후 방중에 인색하지 않았다』는 「쌍방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식민지경험과 대륙침략의 1차적 피해자였던 한국과 중국의 「일본 군사대국화」 우려를 가장 경계해온 일본으로서는 이번 가이후 방중때 중국 지도층이 보인 묵묵부답의 태도를 「자위대 해외파병 지지」로 확대해석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이에 때맞추듯 일본 방위청은 세계 제3위의 군사비예산을 최첨단장비 확보에 삼겠다는 야심만만한 92년도 「방위예산 요구내용」을 11일 발표했다.
방위청이 92년도 예산요구에 포함시킨 「정면장비」 내용에 따르면 걸프전때 다국적군 지원을 위해 삭감했던 해상자위대연습함(4천t급 1척·3백30억엔),항공자위대 지대공유도탄 패트리어트(1시스팀·2백5억엔),육상자위대 90식전차(2량·23억엔) 등을 슬그머니 부활시켰다.
중기 방위력정비계획(91∼95년도) 주요장비의 하나로 장사정화·고도화를 목표로한 다연장로킷시스팀(MLRS)의 신규요구는 이속에 포함돼있다.
방위청이 92년도 방위예산으로 잡은 규모는 전년대비 5.38%가 늘어난 4조6천2백20억엔. 일본은 세계 3위(서방 2위)의 군사비로 하이테크무기가 착실히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방위청이 세운 지침사항을 보면 ▲주요장비의 현대화 및 최정예화에 역점을 두는 한편 ▲자위대원의 숙소·처우개선 등 후방시책에도 배려하는 것으로 돼있다.
이번 신규예산을 통해 늘어날 주요장비는 육상자위대 관계가 지대함미사일 SSM 8기(중기방 5년간 전체로 40기) 90식전차 28량(동 1백32량) 다연장로킷시스팀 9량(동 36량)으로 늘어난다.
해상자위대의 경우 호위함 2철(동 10척),연습함 1척(동 1척),대잠초계기 P3C 2기(동 8기),잠수함 1척(동 5척)이며 항공자위대는 F­15요격전투기 11기(동 42기),지대공패트리어트미사일 3시스팀(동 8시스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이후 총리는 11일 북경의 일·중 청년교류센터에서 행한 연설가운데 『일본은 과거 중국에 끼친 불행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말한 뒤 『이웃나라에 위협이 되는 군사대국의 길로 가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일본이 이처럼 엄청난 방위예산을 투입,군사대국을 지향한 무기확보노선을 걷고 있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일본의 이같은 이중적 태도에 중국이 너무 쉽게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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