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역사 기술자립계기로 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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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7월까지의 무역적자가 이미 81억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하반기부터 호전되리라는 무역수지가 이같이 더욱 악화된 것은 일시적 요인도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그간에 늘어난 국민소득과 임금수준에 비해 기술수준이 미치지 못함으로써 가격·품질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기획과 지원아래 민간기업의 투자와 노력이 따라야 하고 아울러 국민의 적극적인 호응도 있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내에 큰 프로젝트나 이벤트가 있을 때 이를 기술자립화의 동기와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건이 비슷하면서 이미 세계 제1의 기술국으로 등장한 일본의 산업기술 발전과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바 크다.
일본은 1867년 명치유신이후 현대교육제도의 수용과 더불어 산업기술개발과 국산장려에 모든 국가시책을 집중하고 수 차례 전쟁을 치르는 과정을 기술자립화의 동기와 기회로 과감히 활용해왔다.
예를 들어 식민지였던 한반도를 시험대로 해서 일본은 1927년 함경도 부전강과 장율강 수력발전소에, 그리고 43년 당시 세계 제1이었던 수풍댐에 자신들이 만들어낸 발전기를 설치했다. 그리고 흥남비료공장의 건설 등은 물론 다른 경제적 목적이 있었겠으나 어쨌든 일본기술의 세계적 도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2차 대전을 치르기 위한 전투기개발과정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투기개발은 엔진개발과 공작기계의 개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제국주의 일본은 국민동원령을 발동해 필요한 각 분야의 인력을 총동원해 이것들을 모두 개발함으로써 전투기 국산화의 신기원을 이룩했던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전후에도 서구에 뒤졌던 기계·전기·전자·컴퓨터 등 핵심기술과 주요 제품기술의 개발에서 정부가 선봉이 되어 계획하고 지원하면 민간기업은 이에 적극 따랐다. 이것이 바로 일본주식회사의 방식이다.
우리는 어떤가. 수차의 경제개발계획기간 중 얼마나 많은 수력·화력, 그리고 원자력발전소와 화학 및 경·중공업플랜트가 건설됐는가.
또 많은 군수병기의 수요가 있었으나 국산기술이 이에 부응할 수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핵심기술과 제품기술의 자립화를 위해 사전에 얼마나 이를 계획하고 추진했는지 의심스럽다. 언제 다시 있을지 모르는 역사적 이벤트였던 올림픽을 치르면서 어떤 기술(교통·통신)발전을 위한 사전계획이 있었던가.
물론 잘하고 잘된 점도 많다.
그러나 남이 1백∼2백년 걸린 것을 십 수년에 이루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
우리는 앞으로 치러야할 국가적 역사인 발전소·고속전철과 지하철건설, 국가기간전산망 확립, EXPO등 기술발전·기술자립화를 위한 수많은 동기와 기회가 있기 때문에 이를 놓치는 우를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겠다. 마음만 먹으면 해낼 수 있는 것이 한민족의 힘이 아닌가.
◇필자약력 ▲37년생 ▲연세대경제학과졸업 ▲한국기계공업진흥회상무이사·(주)부산수리조선소 부사장역임 ▲(주)유니온시스템사장(현)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현)
송병남<소프트웨어산업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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