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표 야전침대서 첫날밤 "국민에 코드 맞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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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거부 철회를 요구하며 27일 단식농성 이틀째를 맞은 한나라당 최병렬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서울=연합]

[#3신] 오후 2시45분 3,4일째가 고비라는데....

27일 오후엔 서울시 의회의 관계자 수십명과 김황식.김정숙 의원 등이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찾았다. 이들은 崔대표를 둘러싸고 "대표님 힘내세요"라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崔대표의 옆엔 책 두권('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FIT FOR LIFE')이 놓여 있었다. 선반 위에도 '생각의 힘' 등 4권의 책이 있었다. 崔대표는 "어제 군용 야전 침대에서 잤고, 오늘 아침 6시까지 충분히 취침했다"고 말했다. 집에선 보통 오전 5시에 기상하는 崔대표다. 그러나 전날에 비해 그의 얼굴은 검어졌고 힘이 없어보였다.

다음은 崔대표가 기자들과 오후에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지금 어려운 점은 뭔가. 간밤엔 어땠나.

"집에서보다 더 잘잤고 단식 이틀째이니 견딜만하다. 단식을 해 본 선배들 말이 3,4일째가 가장 어렵다는데 아마 그런 고비가 오지 않겠나."

-청와대에서 '일단 등원하는게 순서'라고 했다는데.

"나는 그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 대통령 얘기랑 많이 달라 뭐가 뭔지…."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정치개혁논의를 시작하자고 했는데.

"거의 의견이 모아져 있는 것 아닌가. 각 문제마다 몇가지를 제외하고는 이미 많이 접근됐다. 지역조직을 없애자는 제일 중요한 내용은 이미 4당이 합의하지 않았나."

-예결위가 잘 안되고 있다.

"내가 여기 앉아 있는 것은 어제 말한대로 두가지다. 정치개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게 아니다. 지금은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부각돼 내가 여기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예산과 관련해 지금 예결위가 열리지 않아도 예산안 처리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청와대가 대화를 요구하면 어떻게 하겠나.

"가상의 상황에 대해 말하기는…."

-특검거부 철회가 먼저란 얘긴가

"그렇다."

이가영 기자

[#2신]

이날 오전 11시 5분쯤에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대통령 후보가 최병렬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했다. 다음은 한나라당이 밝힌 두 사람간의 전화 대화 내용이다.

▶최 대표=전화를 주셔서 감사하다. 정치하다가 단식까지 할줄은 몰랐다.

▶이 전 후보=건강 조심 하라. 당과 나라 위해 크게 고생스러운 일 선택한 것 같다.

▶최 대표=조심해서 하겠다. 별 도리가 없는것 같다. 뵙고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이렇게 됐다.

▶이 전 후보=다시한번 건강에 조심하기 바란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쯤에는 서청원 전대표가 최 대표실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사무실에 깔린 스티로폼 위에 함께 앉아 대화를 가졌다.

다음은 두 사람간의 대화 내용이다.

▶최 대표=이런건 서대표가 함께 해야 어울리는 건데…

▶서 전 대표=원래 야당지도자는 험한 길 가는 것이다. 건강만 조심하시고…

▶최 대표=어제 박종웅 의원이 와서 단식에 대해서 얘기해줬다. 당도 당이지만 나라가 큰 일이다. 국정 모든 면에서 다 그렇다. 대통령에게 "측근비리는 특검에서 하고,나머지는 대검 중수부에 맡기고,여야가 같이 (나라 살리는 일)해야 할 것 아니냐고 여러 차례 직간접으로 얘기했다.

▶서 전 대표=어려운 결단했으니까..(이후 귓속말 수준으로 한두마디 하고는) 건강조심하고 물많이 드시고

▶최 대표=박종웅의원이 게르마늄 보내줘서 그걸 먹고 있다.정기국회 막판인데,대통령도 야당도 눈바로 떠야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은 관심사가 '어떻게 하면 한나라당 대선자금 많이 캐서 쥐어박느냐', '장관들 내년총선에 출마시켜서 의석많이 확보하느냐'에만 있다.

[#1신]

27일 오전 9시 30분 한나라당 7층 대표실. 단식 이틀째 접어든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사무실이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최대표는 다소 피곤한 표정이었으며,바로 옆에는 군용 야전 침대가 있었다.

최대표는 "별로 힘들지는 않다. 아직은 괜찮다"면서도 "힘이 없어 말을 크게 할수 없으니 옆으로 다가오라"고 취재진들에게 요청했다. 최대표는 "밤에 춥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괜찮다"고 말했다.

최대표 옆에 있던 이규택 전 총무는 한숨만 내쉬었다. 최대표 사무실에는 봉두완씨를 비롯,홍사덕총무,신경식.박근혜.현경대 의원 등이 찾았다.

오전 10시쯤에는 박관용 국회의장이 방문해 최대표와 10여분간 얘기를 나눴다.

박의장은 착잡한 표정으로 "목숨과 관련된 것인데… 옆에서 보는 사람의 심정이 안타깝다. 또 의장으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박의장은 또 "국회의원 3분의 2라는 숫자는 헌법도 고칠수 있는 절대 다수 의견이다. 이것이 외면 당한 입장이니 극복해 내야 한다. 당을 떠나서 가능한 중립적 위치에서 이사안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정치에 입문하던 30여년 전이나, 떠날 때인 지금도 변한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도 말했다.

박의장은 "길게 가는게 목적이 아니니까 상황 변화에 따라서 잘 대처하라"고 당부했다.

최대표는 "단식 기사는 많이 봤지만 내가 하게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최대표는 "민생.안보.경제가 엉망인데,대통령이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단식을 통해서라도 이를 국민들에게 알려야 겠다"고 답했다.

다음은 최대표와 기자들과 일문일답.

-특검 철회때까지 계속 단식한다는 입장에는 변함 없나.

"언론은 특검 철회만 포커스를 맞추는데 어제 얘기할때 두가지 했다. 특검거부가 계기가 된 것은 맞지만 실제 노무현 대통령 영도하에 이나라가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이 있다. 경제적.사회적으로도 그렇고 가장 걱정되는 것은 안보관계다. 경제하고 직결되기 때문이다. 작금의 한미관계나 그에 따른 미군 변화 가능성도 있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다 알것 아닌가. 국정의 여러가지 문제를 종합해 판단하면 노대통령이 국민들의 입장에서 코드를 맞추면 대대적인 국정쇄신 계기가 된다고 본다.언론도 특검을 둘러싼 공방이라고만 보지말고 어제 단식들어가면서 얘기하는 본 뜻 잘살펴야 한다."

-노대통령이 특검철회와 국정쇄신 둘다 받지 않을 것 같은데.

"대통령이 아직 국민들이 뭘 느끼고 어떤 고통을 느끼고 있고 또 자신이 '눈앞이 캄캄해서 국민들에게 재신임묻겠다'고 했던 비리에 대해 앞장서서 파헤치게 해야 한다. 심판 받아야하는 사람이 국회의원 3분의 2가 넘게 찬성한 것을, 60%가 넘는 국민이 거부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고, 모든 신문사가 거부해서는 안된다고 사설을 썼는데 거부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나. 막무가내다. 그래도 인사권을 가진 검찰이 너무 노골적으로 자신의 비리를 캐지는 않을 것으로 본 것 같다. 이런 안건을 뭣 때문에 거부권 행사하나. 국회의원 3분의2의 의결로 통과됐으면 거부권은 의미가 없다. 형식논리가 있으면 실질논리도 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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