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도요타 생산성 추월 베이징현대차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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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현대차 1공장의 EF쏘나타 생산라인 최종 점검 단계 전경.

1일 오후 중국 베이징시 순이(順義)구 순퉁(順通)로에 자리 잡은 베이징현대차 조립공장.

100만 평 부지에 설립된 이 공장 담벼락에는 큼직하게 '현대 속도' 라는 구호가 적혀 있다. 이 회사는 중국 베이징기차와 현대자동차의 50대50 합작으로 2002년 10월 설립됐다. 그리고 3개월 뒤 자동차를 생산했다. 이 일화를 두고 이런 구호가 적혀 있는 것이다. 조립라인에는 1000여 명의 작업자가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 쏘나타(EF.NF).아반떼.투싼.베르나 등 다섯 종류의 차를 조립하고 있었다.

현대차 국내외를 합쳐 가장 많은 다섯 종류의 차량을 하나의 라인에서 혼류(混流) 생산하는 것이다. 중국에는 노조가 없다. 대신 근로자 단체 성격인 궁후이(公會)가 있다. 궁후이 간부 10여 명은 '자유(加油: 열심히 하자)'를 외치며 부지런히 현장 근로자를 격려하고 있었다. 회사 측과 대립하며 라인 세우는 일을 어렵지 않게 하는 본사 노조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베이징 공장은 현대차 전 공장 가운데 생산성이 '넘버 1'이다. 울산 공장에서 쓰던 헌 설비가 많지만 시간당 생산 대수는 68대로, 최신 설비를 자랑하는 현대차 아산 공장(시간당 생산 대수 63대)보다 많다.

베이징현대차 관계자는 차량 한 대가 생산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3~54초라고 밝혔다. 이는 혼류 생산의 원조로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내는 도요타를 뛰어 넘는 것이다. 최대 8개 차종을 생산하는 도요타 다카오카(高岡) 공장의 시간당 생산 대수는 60대 정도다. 이 회사 오승국 생산담당 상무는 "회사의 필요에 따라 작업자 라인을 바꿀 수 있는 전환배치제를 할 수 있는 데다 회사와 근로자가 한마음으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입사 5년째인 근로자 리빙(李兵.24)은 "특근하면 임금을 두 배나 주기 때문에 한 시간이라도 더 특근을 하고 싶어한다"며 "궁후이(노조)가 조립라인을 세우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잔업 거부라도 했다가는 월급 봉투가 줄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가만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 김방신 기획담당 상무는 "회사가 생산성 향상 캠페인을 할 때 한국 공장과 달리 궁후이가 앞장서 도움을 준다"며 "잔업.특근 때도 궁후이 간부들이 조합원을 독려하는 등 경영자와 비슷한 생각으로 행동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 근로자 4200명에 궁후이 전임은 7명뿐이다. 국내 현대차 노조원은 4만3400여 명인데 전임은 90명, 임시 상근자가 120명에 달한다. 노사 화합으로 생산성을 높인 사례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이 많다. 공장이 건설된 지 5개월째인 2003년 4월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근(사스.SARS)이 확산됐을 때 종업원들이 동요하자 오히려 궁후이가 나섰다. "지금 작업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며 조합원들을 독려, 당시 중국의 합작 공장 가운데 유일하게 쉬지 않고 일해 주문 대수를 맞췄다. 2005년 11월에는 연간 생산 목표에 미달하자 궁후이를 중심으로 자발적인 생산성 증가 운동을 시작해 연간 목표 23만 대를 달성했다.

베이징=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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