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값, 올해도 심상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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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002년 이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 산업용 원자재 값이 올해도 고공 행진을 계속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는 7일 한 보고서에서 "원유.철강 등 주요 원자재 국제 가격은 지난해 수준에서 안정되겠지만 비철금속.곡물 등의 가격은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해 14.6%인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이 올해 10.2% 정도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유가는 배럴당 50~52달러 정도를 유지해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수요가 주는 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회원국들의 원유 생산이 늘어날 조짐이기 때문이다. 철강도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산 철강 및 철강제품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철강 업체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중국이 철강 수출을 규제한다면 국제 가격 상승 요인이 되지만 미국의 철강 재고량이 늘어나 값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반면 비철금속.곡물.금 가격 등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비철금속 중 구리와 알루미늄 가격은 하락하고, 니켈과 아연은 상반기 중 크게 상승하다가 하반기에는 안정될 것으로 예측됐다.

에탄올 생산 수요의 증가로 옥수수 값은 지난해에 이어 급등하고 소맥과 대두 역시 ▶경작 면적 감소▶기상 변화▶호주의 생산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 수출기업들 부담=무역연구소는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수출 상품의 원가 상승 등 국내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송송이(36.여) 수석연구원은 "전체 수입 중 원자재 비중은 2003년 48.3%에서 지난해 56.2%로 늘었고 올해 역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생산품 원가가 상승해 경제성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품목별 수입 비중을 보면 원유가 500억 달러로 가장 컸고 ▶철강재(177억 달러)▶광물(130억 달러)▶비철금속(123억 달러) 등도 수입액이 꾸준히 늘었다.

현오석(58) 무역연구소장은 "수출업체의 경우 환율하락과 원자재 값 상승으로 지난해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올해 그런 현상이 반복되면 한계기업들이 퇴출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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