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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 고해성사 마지막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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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분식회계 자진신고는 선택이 아닌 기업 존망을 좌우하는 생존의 문제다. 과거 분식을 털지 못한 기업은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고 결단을 내려 달라."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7일 열린 한국상장사협의회 초청강연에서 분식회계 수정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올 3월까지 제출하는 12월 결산보고서를 통해 분식을 모두 바로잡으라는 얘기다. 그때를 놓치면 2년간 유예됐던 증권집단소송에 휘말려 엄청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이날 강연회에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250여 명의 기업인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윤 위원장은 "미국에서 지난해 집단소송을 당한 상장사는 모두 110개로 전체의 1.5%"라며 "이를 감안할 때 국내에서는 20여 개의 회사가 집단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분식회계로 파산한 엔론 사례로 볼 때 증권집단소송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일단 소송이 제기되면 대부분 기업이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송당한 미국 기업이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에게 지불한 금액은 평균 3500만 달러에 달한다. 또 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신뢰가 떨어져 주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대비는 아직 미흡하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이 2003년 1월~2006년 9월 상장사 공시를 분석한 결과 정기보고서 정정비율은 평균 30%였다. 집단소송 대상인 공시서류 허위 기재로 제재를 받은 회사도 200개가 넘었다.

윤 위원장은 "내부자 거래와 시세조종 행위는 중대한 범죄"라며 "신사업 진출이나 해외투자 유치 등을 공시와 언론을 통해 알린 뒤 번복하는 행위는 사기적 부정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엔 허위 공시 등 불공정 거래에 연루되면 형사처벌로 그쳤지만 이젠 집단 손해배상 책임까지 져야 한다.

이에 앞서 금감원은 지난 2년간 자발적으로 회계장부를 수정한 기업에 대해서는 감리 면제와 징계 감경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 그간 회계장부를 정정한 상장사는 200여 곳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법무부도 2006년 12월 결산보고서까지 수정을 하면 기소유예 등으로 처벌을 완화해 주는 등 최대한 관용을 베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혜리 기자

◆ 증권집단소송제도=2005년부터 총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시행 중이며 올해부터 총자산 2조원 미만의 전 기업으로 확대된다. 0.01% 이상의 지분을 가진 50인 이상의 소액주주가 법원의 소송허가를 받아야만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소송 대상은 ▶허위공시와▶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부실 회계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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