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천국 가야 밟아본다, 꿈의 그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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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로열 시드니 골프장 1번 홀 그린에서 바라본 클럽하우스 전경. 오른쪽 사진은 클럽하우스 내에 전시된 초창기의 골프 클럽들. [사진=성호준 기자]

1번 홀 티잉 그라운드 너머로 시드니 로즈 베이 항구의 쪽빛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런던의 윔블던이 연상되는 테니스 코트의 푸른 잔디도 눈부시다. 오직 회원들만 들어갈 수 있는 호주 로열 시드니 클럽의 클럽하우스 2층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이 골프장의 회원인 티모시 펨브로크는 "누군가 천국으로 가야 들어올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탈퇴하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회원이 세상을 떠났을 경우에만 회원 자리가 나온다.

이 골프장은 호주의 대표적인 프라이빗 클럽이다. 회원과 동반하지 않으면 아무리 돈을 많이 내도 골프를 즐길 수 없다. 클럽하우스도 일부만을 제외하곤 일반인에게 닫혀 있다. 5일 막을 내린 호주 여자오픈 취재차 방문했다가 특별허가를 얻어 클럽하우스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사진도 찍었다.

시드니 중심부에 위치한 이 클럽은 1893년 만들어졌다. 1897년 영국 왕실로부터 '로열' 칭호를 받았다. 웅장한 클럽하우스에서는 1000명이 식사를 할 수 있다. 서양 문화권에서 가장 크고 가장 수준 높은 클럽 중 하나다.

시드니 시민들이 결혼 장소로 가장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곳에서 결혼식을 하려면 수년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그것도 오직 회원에게만 개방된다.

회원은 5500명이나 된다. 그러나 회원이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회원이 되려면 기존 회원 4명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그들과 10년 정도 친분이 있어야 하며 클럽 회장과도 안면을 튼 지 5년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러나 기존 회원들의 추천을 받다 보니 중상류층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돈 많은 사람이 우대받는 것은 아니다. "시끄러운 유명인사가 오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 클럽의 전통"이라고 펨브로크는 말했다.

테니스, 카드 게임, 볼링 등 회원들의 취미가 제각각이어서 27홀 규모의 골프 부킹은 어렵지 않다. 이 클럽의 입회비는 1만 호주달러(약 750만원)다. 연회비는 3000 호주달러(약 220만원). 그러나 그린피는 없다.

시드니=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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