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겨울 가뭄 전국으로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중국 전역이 겨울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황사가 예년보다 더 잦게, 그리고 더 짙게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평년에도 강수량이 거의 없는 황사 발원지 중국 북동부 지역의 경우 올겨울에도 눈이 단 한 차례만 내렸다. 이같은 겨울 가뭄은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황허(黃河)와 화이허(淮河) 유역의 동서쪽, 중국 남서부 지역과 남부 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6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가뭄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겨울 가뭄이 심하다 보니 스키장.썰매장 등도 문을 닫았다. 베이징(北京) 기상당국은 "5일 낮 최고기온이 16도까지 올라가는 등 연일 사상 최고기온을 경신하고 있다"며 "안전을 위해 베이징 근교의 스키장 및 썰매장의 출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가뭄이 이어지자 황사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4대 황사 발원지인 간쑤(甘肅)성에서 지난달 26일 올해 첫 황사 폭풍이 발생했다. 예년보다 한 달가량 이른 시점이다. 4일에도 동북 랴오닝(遼寧)성 서북부 지역에서 황사가 일어났다.

랴오닝성 수도인 선양(瀋陽)시의 기상대는 "랴오닝성 내 황사는 통상적으로 3~5월에 발생한다"며 "2월에, 그것도 2월 초에 황사가 발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기상대는 이어 "비가 오지 않아 땅이 바짝 말라붙었기 때문에 황사가 이르게,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 설명하고 "앞으로 봄 가뭄까지 이어질 경우 황사는 점점 더 자주, 그리고 강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와 관련, "지난달 평년보다 97%나 감소한 0.7㎜의 강우량을 기록한 중국 동부 산둥(山東)성의 경우 농경지 50㏊가 말라가고 있다"고 5일 전했다. 통신은 이어 "전국의 토지가 마르면서 곳곳에서 황사 먼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확산될 경우 황사의 진원지가 전국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가뭄은 황사뿐만 아니라 산불도 몰고 왔다. 중국 중부 후난(湖南)성에서는 3일 산불이 발생해 주민 7명이 숨졌다. 중국 남부에서도 지난 사흘간 크고 작은 산불 10여 건이 발생해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산불이 번지자 후이량위(回良玉) 국무원 부총리는 5일 산불 예방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지방 정부에 당부했다.

쑹옌링(宋艶玲) 중국 중앙기상대 국장은"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1월 중국의 평균 기온이 예년에 비해 1.4도 올라간 영하 4.5도를 기록하는 등 이상난동 현상이 지속된 것도 황사와 산불이 발생한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