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조직, 스타 연예인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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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권상우야. 김태촌인데…내가 좀 만나야겠다 ."(김태촌씨)

"네?"(권상우씨)

"내가 어제도 집으로 간다고 했는데. 애들이 얘기 안 했던 모양이지."(김씨)

"정말요? 우리 집에 왜 와요? 전화로 하죠."(권씨)

"내가 이름을 밝혔는데도 전화로 해야겠느냐. 나를 피하면 ○○빌라 ○호 있잖아. 거기로 간다고."(김씨)

지난해 4월 중순 오후 6시쯤. 인기 영화배우 권상우(31)씨는 폭력조직 '범서방파' 두목 출신인 김태촌(59)씨의 협박전화를 받았다. 전날 밤에도 김씨의 전화가 걸려왔으나 권씨는 곧바로 끊어버렸다. 이에 김씨는 다시 전화를 걸었고 이번에는 권씨의 친구가 대신 받았다. 김씨는 화난 목소리로 "(권상우) 집이 ○○빌라 ○호 맞지. 내일부터 피바다가 돼도 상관없다 이거지"라고 위협했다고 한다. 당시 권씨는 김씨가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와 협박성 발언을 하자 이를 녹음했다. 두 사람 간의 통화 녹음 파일은 1분55초 분량이다.

<관계기사 11면>

권씨는 김씨의 협박이 계속될 것으로 판단, 강력부 검사 출신의 변호사 등으로부터 법률 조언을 받아 통화 내용이 담긴 자료와 함께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검에 김씨를 구두로 고소했다. 김씨는 일본의 폭력조직 야쿠자 출신으로 자신의 친구인 일본인로부터 "권씨의 일본 내 팬미팅 행사를 주선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협박할 목적이 아니라 친구의 부탁을 받고 (권씨에게) 계약 내용을 지키라고 말하려 했던 것뿐"이라고 주장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씨는 지난해 교도관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뒤 당뇨 등 지병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풀려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박충근)는 6일 권씨를 협박한 혐의(형법상 강요미수)로 김씨를 기소했다. 또 권씨를 위협해 강제로 10억원을 지급하라는 각서를 강제로 쓰게 한 혐의(강요)로 권씨의 전 매니저 백모(28)씨를 구속하는 등 모두 5명을 구속.불구속기소했다.

◆약점 잡아 협박하고 억지 계약=한류스타로 떠올랐던 권씨는 조폭과 연결된 매니저 백모(28)씨에게도 협박을 당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양은이파' 부두목의 아들로 알려진 백씨는 신흥 조폭을 통해 연예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백씨는 권씨의 소속사인 I사 대주주이자 검찰의 특별관리 대상인 '신학동파' 출신 한모(43)씨에게서 권씨를 소개받은 뒤 권씨의 일정을 챙기며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백씨는 권씨와의 계약이 끝난 2005년 11월 "사생활 등 약점을 폭로하겠다"며 권씨에게 2년간 전속계약을 요구했다. 조폭이 백씨의 배후라는 사실을 안 권씨는 '매니지먼트 일은 백○○에게 위임한다. 이를 어길 경우 10억원을 백○○에게 지급한다'는 각서를 써야 했다. 이에 대해 백씨 변호인은 "백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은 전부 허위"라고 주장했다. 또 한씨는 2005년 9월 I사의 경영권이 Y사로 넘어가자 "I사 소속 유명 연예인들의 약점을 외부에 알리겠다"며 Y사로부터 33여억원을 받아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한씨의 변호인 측은 "한씨는 조직폭력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한류, 조폭의 '먹잇감'?=연예계에선 한국 연예사업의 급성장을 이끌어온 한류가 오히려 조폭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한류스타 이병헌씨의 한 측근은 "지난해 일본의 야쿠자 거물이 이씨와 골프 라운딩을 하는 대가로 3억원을 제시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류스타와의 접촉만으로도 자신들의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문.양성희 기자

◆권상우=2001년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데뷔했다. 2003년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 이어 2004년 '말죽거리 잔혹사' '신부수업' 등을 통해 큰 인기를 모았다. 183㎝의 키에 훤칠한 외모로 국내외 다수의 팬을 확보하면서 한류스타에 합류했다. 현재 광고모델료로만 연간 수십억원을 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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