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논술한다] 지구온난화 대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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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발생한 다량의 메탄가스가 박테리아를 형성해 366일 후 일본이 침몰한다.'

얼마 전 국내에서 상영된 영화 '일본 침몰'의 메인 카피다. 이런 재난 영화가 많이 제작되고 흥행되는 이유는 그런 재난이 실제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①이미 지구 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으로 섬나라 투발루의 일부분이 바닷속으로 잠겼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는 이제 한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온실가스가 꼽힌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에어컨이나 차를 통한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방출, 국가적 차원에서는 산업화 이후 화석연료의 사용 증가가 온실가스의 농도를 비정상적으로 증가시켰다. 이외에 ②대규모로 방목되는 소의 방귀와 트림에서 생성되는 다량의 메탄가스나 산림 파괴, 오존층 감소 등도 온난화의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구의 기온이 계속해 상승할 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부작용은 해빙에 따른 해수면의 상승이다. 해수면 상승은 섬나라와 해안을 끼고 있는 나라들에게는 육지 침수로 치명적인 피해를 끼칠 수 있으며, 홍수가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수자원 고갈과 더위로 인한 인간의 스트레스 증가, 말라리아와 같은 열대성 질병의 확산 등도 우려할 만한 문제들이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까?' 이제 탁상공론을 벗어나 실현 가능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첫째로 선진국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교토의정서가 좋은 예다. 선진국들은 산업혁명 이후 많은 온실기체를 배출했고 현재는 이미 3차 산업에 진입했다. 따라서 이제 막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신흥공업국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매연감소장치 지원이 그 예다.

또 지구 온난화의 원인으로 제기되는 아마존 산림 파괴를 한 나라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말아야 한다. 나무들은 국민의 생계수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진국들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이 더욱 중요하다. 지난 수십년 간 에너지를 쓴 대가를 선진국들이 지불할 차례다.

두번째로 '개인적인 노력'이다. 요즘은 에어컨에서 방출되는 프레온가스 대신 다른 물질을 사용하는데 이때 나오는 열기도 온난화의 주범이다. 따라서 선풍기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자동차 10부제 실천과 개인적인 에너지 절약도 온난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무 심기가 있다. ③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지역이었던 대구의 여름철 기온이 낮아진 것이 지난 10년간 1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은 영향이라고 한다. 나무 심기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하는 사례다.

황보인(서울 광신고2)



총평과 첨삭

지구 온난화의 원인과 부작용을 다양한 관점에서 진단하고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논하라는 문제였다.

황보인 학생의 글은 여러 가지 면에서 돋보였다. 우선 첫 문장부터 차별화에 성공한 점을 들 수 있다. 재난 영화의 광고 카피를 인용해 독자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학생들이 '산업 발달의 결과 환경 문제가 발생했다' '지구 온난화 문제가 심각하다' 등 상황을 제시하는 진부한 문장으로 시작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른 학생들의 글에서 쉽게 발견하기 힘든 독창적인 예시들이 풍부한 점도 눈에 띄었다. 투발루공화국의 예를 든 ①, 대규모 가축 사육을 온난화의 원인으로 지목한 ②, 우리나라 대구시의 나무심기 성과를 예로 든 ③ 등이 그것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별도로 자료 조사를 하기도 했겠지만 평소 꾸준히 신문을 읽은 학생이 아닐까 생각된다.

문장도 비교적 깔끔하고 안정적이어서 손볼 곳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내용상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띄기는 한다. 대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의 경우 에어컨이나 차 역시 화석연료에 의존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개인적 차원과 국가적 차원으로 분류하는 것이 다소 어색하다. '산업화 이후 화석연료의 사용량이 늘면서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의 농도가 급증했고, 자동차나 에어컨 같은 문명의 이기들이 등장할수록 그러한 경향은 더욱 가중되었다'와 같이 고치는 게 더 자연스럽다.

㉡은 문맥상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은 사소한 부작용을 신경 쓰다 정작 중요한 문제를 놓친다는 뜻이다. 이 글에서 '장 못 담근다'는 말에 해당하는 원뜻은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지 못한다'일 것이다. 하지만 '구더기'라는 말에 해당하는 원관념이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다.

속담을 사용하는 것은 풍유법으로 일종의 비유다. 지난 호에서도 지적한 바 있지만 비유는 이처럼 역효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사용하든가 피하는 게 낫다.

최성환(즐거운학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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