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로국 권좌 엎치락뒤치락/대법원서 현직대통령 무능력이유 탄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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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하룻사이 대법원장 체포한뒤 가택연금/역대 대통령 2명 모두 외국용병이 암살
코모로 이슬람연방 공화국이 대통령직을 놓고 행정부와 사법부사이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정치적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지난 3일 대법원은 무능력과 태만을 이유로 모하메드 조하르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고 할리디 대법원장을 임시정부수반에 지명했지만 대통령은 이에 맞서 4일 대법원장을 체포,조사한뒤 가택연금했다.
코모로 대법원은 조하르 대통령이 국가운영에 있어서 현명함을 상실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며 그가 대통령직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판결을 통해 조하르 대통령의 해임을 결정했었다.
조하르 대통령은 대법원의 이같은 판결에 불복,즉각 보복에 나서 오히려 이브라힘 할리디 대법원장을 체포,가택연금했다.
조하르 대통령의 역습으로 대법원의 다른 법관들 및 탄핵에 관련했던 사람들은 급히 도피에 나섰으며 정부는 대대적인 검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에 본부를 둔 반정부단체는 조하르 대통령이 순순히 사임하지 않을 경우 유혈·폭력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는등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코모로는 1947년 마다가스카르에서 프랑스령으로 분리된 이후 75년 7월 독립했다.
아프리카 인도양의 7개섬으로 이루어진 코모로는 면적 2천2백5여평방㎞ 인구 50만,1인당 국민소득 3백80여달러,국군의 총수 7백명의 미니국가다.
코모로는 독립이후 지금까지 2명의 대통령 모두 외국인 용병에 의해 암살되는 외세개입과 극심한 정치불안을 겪어왔다.
초대 아부라다 대통령은 취임 1개월만에 쿠데타로 물러난뒤 소와리 2대대통령이 78년 외인용병에 의해 암살되자 다시 권좌에 복귀했지만 역시 89년 11월 대통령궁 경호대장인 프랑스 대령 봅 데나르에게 암살됐다.
아부라다가 암살된뒤 프랑스는 군대를 진주시켜 코모로를 실질장악한뒤 현재의 조하르 대통령이 대법원장에서 자리를 옮겨 임시정부의 수반이 되도록 했다.
더구나 프랑스는 이때 코모로에 진주한 군대를 91년말까지 계속 주둔시키기로 결정했다.
조하르는 이같은 분위기속에 90년 3월 대통령선거를 실시해 코모로국민민주연합당의 당수 모하메드 타키를 결선투표끝에 물리쳤다.
그러나 선거에 참여했던 4개의 야당은 이에 불복,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설치하고 반정부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법원이 조하르의 탄핵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조하르가 프랑스를 끌어들여 쿠데타를 감행,집권했다는 점이다.
코모로의 가장 큰 외교적 현안은 프랑스인이 다수인 마요트섬의 프랑스반환 문제다.
89년 암살된 아부라다 대통령은 76년 주민투표로 프랑스 귀속까지 결정한 마요트섬의 의사를 묵살하고 75년 7개섬의 독립공화국을 선언했었다.
이후 프랑스와 코모로의 민족주의는 미묘한 이해의 대립을 보여왔다.<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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