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 피해 부모 마음 느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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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구치소에서 40여년 만에 개봉영화가 상영된다. 교도소 등 교정기관에서 영화 상영이 이뤄진 것은 1960년대 이후 처음이다.

영화는 1일 개봉해 140여만 명의 관객을 기록한 '그놈 목소리'다. 1991년 '압구정동 이형호군 유괴 살해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범죄영화다.

이형호 유괴 살해사건은 '개구리소년 살해사건'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더불어 3대 미제사건으로 꼽힌다. 15년간 총인원 10만여 명의 경찰 병력이 투입됐지만 범인의 윤곽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2006년 1월 공소시효가 끝났다.

법무부가 8일 서울구치소에서 영화를 상영키로 한 것은 영화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측의 요청에서 비롯됐다. "사건의 실상을 알려 범죄 피해자들의 입장을 함께 고려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법무부는 지난 주말 교정국 소속 직원들이 사전에 영화를 본 후 관람 결과를 바탕으로 5일 회의를 거쳐 상영회 개최를 결정했다. 대상은 이미 형이 확정된 기결수 200여 명이며, 구치소 내 교회에서 상영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영화 내용이 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입장과 생각을 많이 담고 있어 수감자들에게 보여줄 만한 영화라고 판단했다"며 "제소자들의 피해자에 대한 생각도 영화를 계기로 많이 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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