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꼴찌 부천 "봤지 4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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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팀들은 1년간 정규리그 농사를 잘못 지어도 한번에 만회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FA(축구협회)컵 우승이다. 국제무대에서도 FA컵 우승팀은 K-리그 우승팀과 함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똑같은' 대접을 받는다. 2001년 K-리그 최하위 대전 시티즌은 FA컵을 거머쥐면서 '모든 과거를 용서받고' 화려하게 한해를 마감했다.

올해는 그 자리에 부천 SK가 섰다. K-리그 최하위 부천은 26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8강전에서 경기 내내 대전에 일방적으로 밀리다 후반 막판 행운의 연속골로 2-0으로 승리했다. 부천은 경찰청을 1-0으로 꺾은 전북 현대와 28일 결승행을 다투게 됐다. 전북은 전반 42분 서혁수의 결승골로 실업팀 최후의 보루 경찰청을 8강에서 밀어냈다.

부천 출신인 최윤겸 대전 감독을 꼭지점에 두고 있는 양 팀은 서로를 너무 잘 알았다. 양 팀은 초반부터 미드필드 30여m 사이에 선수 대부분이 밀집해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대전은 짧은 패스로 상대 골문을 노렸고, 부천은 최전방에 장신(1m90㎝)공격수 정필석을 포진시킨 뒤 긴 패스로 득점을 노렸다. 대전은 전반 31분에 오른쪽 엔드라인을 치고 들어가던 알리송이 빼준 패스를 김종현이 슈팅했으나 부천 골키퍼 한동진의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삼켰다.

후반 들어 대전은 이관우.공오균까지 투입하며 공세에 나섰지만 후반 23분 공오균이 골키퍼까지 제치고 날린 왼발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등 운까지 따르지 않았다.

행운의 여신은 대전 대신 부천을 선택했다. 후반 31분 엔드라인 부근에서 부천 윤정춘이 반대편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그러나 회전을 먹은 공은 골포스트를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부천 쪽으로 행운은 한번 더 찾아왔다. 후반 45분 남기일의 코너킥을 받아 김기형이 슛을 했다. 골포스트를 튕긴 공은 대전 골키퍼 최은성의 등에 맞고 골문 안으로 굴러들어갔다. 부천은 이날 뭘 해도 '되는 집'이었다.

고양=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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