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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마십시다…과음 방지 캠페인 나선 이언 라이트 '디아지오' 디렉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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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직업 성격 상…' '분위기 때문에…' '직장 상사 때문에…'. 작취미성의 직장인들이 아침에 직장 동료에게 흔히 늘어 놓는 과음의 변이다. 한 양주회사의 간부는 과음에 대한 변명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조니워커.J&B.기네스맥주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 주류기업 디아지오의 글로벌 대외업무 총괄 디렉터 이언 라이트(Ian Wright.사진) 씨는 "과음할 수 밖에 없는 직업이나 상황은 결코 없다"고 일축했다. 아시아 시장 조사를 위해 2일 방한한 그는 기자와 만나 과음에 대해 이런저런 이유를 대는 것은 의지가 약한 사람들의 핑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각종 행사나 캠페인 참석을 위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그가 강조하는 것은 '술 좀 적당히 마시라'는 것이다. 술 회사 중역이 그런 말 하면 되느냐는 반문에 "주류업체라고 많이 팔려는 마케팅만 해대는게 능사가 아니다."고 답했다. 건전한 음주문화를 정립해 음주운전, 미성년자 음주, 음주로 인한 가정폭력 같은 사회문제를 줄이는 것이 주류업의 사회공헌 책무를 다하는 길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영속성도 보장된다는 것이다. 디아지오는 전 세계를 무대로 '책임있는 음주(Responsible drinking)'라는 주제의 과음 방지 캠페인에 연평균 4000억원을 쏟기도 했다.

디아지오가 벌이는 과음 방지 캠페인은 지역 특성을 고려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음주운전 사고가 많은 남미에서는 회식 자리에서 술마시면 안되는 사람을 지정하는 '수호 천사 캠페인'을 벌인다. 일행 중 한명을 운전자(수호천사)로 지정해 술집에 상주하는 디아지오 직원을 통해 탄산음료를 무료로 주거나 다음 번에 쓸 수 있는 술 쿠폰을 준다. 미국에선 자사가 후원하는 나스카.F1 등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책임감 있게 마시자'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한다. 주 고객층인 남성들을 겨냥한 활동이다. 한국에서는 2005년부터 '쿨 드링커'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폭탄주 같은 폭음 문화로 유명한 만큼 '적당히 마시는 법'에 대한 계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2001년 영국 홍보협회 대표를 맡기도 한 라이트씨는 기업 홍보의 가장 핵심 요소로 일관성과 진실성을 꼽았다. "기업이 소비자와 관계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기업의 철학을 세우고 이를 진실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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