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성추행 동영상' 본 네티즌 "범인 잡아라" 나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두 남학생이 한 여학생을 성추행하는 현장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에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문제의 동영상 속 배경은 어두운 거리다. 남학생 한 명이 한 손으로 여학생의 입을 막고 다른 한 손으로는 치마를 들친다. 곁에 선 다른 남학생도 몸부림치는 여학생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는다. 간혹 여학생의 비명 소리가 새어나오기도 하지만 지나치는 사람이나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처음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린 네티즌(ID uhhahaha)은 "어제 집 뒤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기에 애들이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두명이 여학생 한명을 때려서 눕히고 옷을 벗기려 하더니 몸을 만지려고 하더군요"라며 "(남학생들은)누가 오니까 도망갔다"는 목격담을 전했다. 그는 "(현장에)내려가보니 여학생 혼자 남겨졌더군요. 걱정돼서 신고해준다고 하니까 절대 하지 말라며 뛰어갔습니다"라며 "제가 살고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일이라 더 충격적이었습니다"고 말했다. 현재 동영상이 처음 올려진 사이트의 해당 페이지는 많은 네티즌의 방문으로 접속이 힘든 상태다.

◇"신고 않고 동영상 찍다니" 네티즌 비난 봇물=동영상이 올려진 후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비난 의견이 들끓고 있다. 동영상 속 남학생들에 대한 비난과 함께 동영상 촬영자에게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곤경에 처한 여학생을 돕지 않고 동영상만 촬영하고 있었다"는 것이 촬영자에 대한 비난의 이유다.

한 네티즌(ID ddm0200)은 "신고하거나 하다 못해 소리로만 위협했어도 여학생이 성추행에 노출된 시간이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그 상황에 전화기 대신 카메라를 든 촬영자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ID kukuru9)도 "보복이 두려웠다면 숨어서라도 소리를 질러줘야 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신고 못한 것은 판단력 문제일 듯=김민식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신고하지 못한 것은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 상황이 명확한 성추행인지에 대한 판단이 확실하지 않고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 약했을 것"이라며 "촬영자가 청소년일 경우 판단에 더욱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학과 황상민 교수도 "예전에도 기아에 시달려 죽기 직전에 놓인 어린이를 사진으로만 담고 있었던 기자가 사람들의 비난을 받은 일이 있었다"며 "이번의 경우 해당 상황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있기 이전에 촬영자만을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범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범죄사냥꾼'을 운영하고 있는 서대문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이대우 팀장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동영상 제보를 받았다"며 "하지만 동영상만 보고 성추행인지 확신할 수 없고 피해자가 정확하게 드러난 것도 아니어서 사건의 내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김윤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