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 드라마 『전원일기』 장편소설로 되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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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80년 첫 방송 이후 11년 남짓 꾸준히 재미있고 유익한 TV드라마로 세간에 알려진 MBC-TV 『전원일기』가 장편소설로 재포장돼 나왔다.
이번 신간은 모두 5권의 책 중 그 첫번째 작품으로 부제는 「촌여자」.
『부끄럽고 누가 알까 두려워요….』
책을 퍼낸 소감을 묻는 말에 작가 김정수씨(42)는 대뜸 쑥스럽다는 말을 꺼낸 뒤 정말 큰일났다는 눈치다.
출판사로부터 받아놓은 기증본 20권을 가까운 연기자는 물론 어느 누구에게도 아직 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애초에 책을 펴낼 생각이 없었어요. 글을 잘 썼다기보다는 연출자와 연기자들이 잘해 이 드라마가 빛을 본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런 이유로 김씨는 80년대 초부터 출판사 대여섯 곳으로부터 받은 출간 권유를 줄곧 마다해 왔다. 그러다가 최근에서야 마음을 바꿔 책을 펴내기로 했다고 출간 동기를 밝힌다.
『TV드라마의 속성상 아쉬움도 있어서죠. 차츰 나이를 먹다보니 나름의 정성을 쏟은 작품이 전파를 타고 나간 뒤 남는 게 없다는 서운함이 작용한 거죠.』
그러면서도 김씨는 출간된 소설이 오히려 TV 드라마의 감흥을 떨어뜨리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씨는 그러나 소설로 표현함으로써 TV 드라마로 나갈 때보다 섬세하게 드러낼 부분이 있을 것 같아 책을 냈다고 나름대로의 뜻을 밝혔다.
김씨의 소설 출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89년 방송돼 화제를 모았던 MBC-TV 미니시리즈 『겨울안개』를 지난해말 소설로 내며 4판까지 찍을 정도로 관심을 끈 전력(?)이 있다.
당초 소설가로 출발한 김씨는 작품활동 초반 시절에 발표한 단편소설 몇 편을 빼면 TV 드라마 대본을 쓰는데 주력해 왔으며 『전원일기』는 그 대표적 작품이다. 『전원일기』는 우리의 농촌, 나아가 우리가 더불어 사는 모습을 진솔하게, 그리고 흙과 고향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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