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스캔들 확산/일본열도가 “흔들”/「전후최대 의혹」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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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론비등 손실보전 고객리스트 공개/큰손중에 정치인 다수… 정계비화 우려
일본 증시스캔들이 일본열도온통 소용돌이속으로 휘몰아가 급기야 「전후최대의 의혹사건」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빗발치는 여론의 압력에 못이겨 일본증권업협회는 29일오후 노무라(야촌)·이와(대화)·닛코(일흥)·야마이치 (산일)등 4대증권사가 지난해 동경증시대폭락때 손실보전을 해준 「큰손고객」리스트를 공개한 것이다.
이 리스트속에는 일본유수의 명문기업인 히타치(일립)·마쓰시타(송하).도요타자동차·닛산자동차·마루베니(환홍)등이 30억∼40억엔의 손실보전을 받았으며 TBS(동경방송)·경찰공제조합·공립학교교원조합등 공공기관도 얼굴을 드러내 「정­재­관유착」이라는 일본주식회사의 정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충격적이다.
이번에 공개된 4대증권사의 손실보전대상은 3명의 개인을 포함,1백96개법인으로 총액 약 1천2백83억엔(한화 약 6천8백억원)에 이른다.
「주식투자는 자기책임으로」라는 명분은 허울뿐으로 사실상 증권회사가 감독관청인 대장성의 묵인하에 이들 큰손고객의 돈만은 주가폭락때도 계속 불려주었다는 얘기가 되는셈이다.
정계일각에서는 이번에 공표된 4대증권사의 큰손고객중엔 정체불명의 기업·단체도 수두룩해 이들이 사실상 정치인의 정치자금운용을 위한 「위장회사·단체」가 아닌가 보고 있으며 아직 드러나지않은 중소증권회사들의 큰손고객리스트속에 정치인 28명이 끼여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있어 사태전개에 따라서는 리크루트사건을 능가하는 「전후최대의 경제스캔들」이 될지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한 소식통은 각료경험도 있는 자민당의 한 국회의원이 2개증권회사에 모두 20억엔의 투자금을 맡겼다 주가폭락으로 모두 날렸으나 6억∼7억엔의 손실보전을 받았다는 정보를 입수,『리크루트사건이후 정치가는 비서 명의의 관계기업으로 위장,소규모증권회사에 자금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진상을 털어놨다.
한편 증시스캔들이 정계의혹으로 번질 조짐을 보임에 따라 정계중진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자민당 오부치(소연혜삼)간사장은 29일 가이후(해부준수)총리와 휴양지인 나가노(장야)에서 긴급회동,모종의 밀담을 나눈데 이어 곧바로 다케시타(죽하등)전총리를 그의 별장으로 방문,사후대책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가이후총리는 회담에서 『세계에 영향력이 있는 동경금융시장이 공정하게 운용되도록 국가의 신뢰를 얻는 일이 긴급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정계소식통들은 지난25일 국회에서 큰손고객리스트공개와 관련,한차례 사임의사를 밝힌 하시모토(교본용태랑)대장상이 다음달 2일 참의원 대장위 석상에서 책임을 분명히하라는 여론에 응해 자신의 거취를 밝힐지 모른다고 점치고있어 10월 총재선거를 앞둔 자민당내 파벌간의 암투가 더욱 격화될 것임을 시사하고있다.
당초 「정치개혁 관련법안」과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의 자위대참가여부」를 최대쟁점으로 다음달 5일 소집되는 임시국회도 「증시스캔들」을 파헤치기위한 진상규명특별위원회구성과 야당측의 증인소환을 둘러싸고 공방이 치열해져 「증시국회」로 시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가이후 이후」를 노리는 자민당내 파벌영수들간의 암투와 맞물려 최대의 공방전이 될 이번 임시국회는 앞으로 일본정국을 점치는 바로미터가 될것으로 보인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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