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젊은이들은 지금 … 무소유 철학보다 일자리 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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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달 30일은 '인도 건국의 아버지'인 마하트마 간디가 델리에서 극우파 청년의 총에 맞고 세상을 떠난 지 59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간디가 주창한 불복종.비폭력 운동인 '사티아그라하(satyagraha)'가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인도에서는 간디를 추모하기 위해 비폭력주의 세미나, 간디 평화상 시상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간디가 인도인, 특히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이전보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경제신문 이코노믹 타임스가 최근 간디 서거 59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인도인들이 존경하는 인물 1위로 간디 대신 빌 게이츠를 꼽았다.

여론조사는 45세 이하의 젊은 최고경영자와 경영학과 학생 11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자 중 37%가 빌 게이츠가 가장 존경스럽다고 답한 반면 30%만이 간디를 존경한다고 응답했다. 3위는 고 테레사 수녀가 차지했다.

특히 최고경영자 중 74%, 경영학과 학생 중 61%가 자신들 세대와 간디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이코노믹 타임스는 "인도인의 존경을 받는 인물 1위 자리가 간디 아닌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인도 젊은이들과 엘리트들의 인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나타낸다"고 풀이했다.

AP통신도 "무소유와 자급자족을 강조했던 간디의 철학이 인도의 신흥 부자들에게는 별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인도 경제는 지난 3년 동안 연평균 8.1%씩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부유층도 크게 늘어나 한 해 1000만 루피(약 2억원) 이상을 버는 인도인들이 3년 전의 두 배인 5만 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하루 1달러 이하로 생계를 꾸리는 극빈층도 4억 명이 넘는다.

간디의 비폭력 철학도 현대 인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도는 110만 명의 군인을 보유한 세계 최대 군사국가의 하나이며, 핵도 보유하고 있다. AP통신은 "많은 인도인이 핵 보유를 글로벌 강국으로 부상하는 주요 수단이라고 생각하며 자랑스러워한다"고 전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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