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24시간 뛰는 기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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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희망과 행복을 상징하는 기린은 용.봉황.거북과 함께 고대 중국에서부터 전해내려오는 동물이다. 식품회사 기린은 이 동물에서 이름을 따왔다. '희망과 행복을 전하는 기업'이 이 회사의 모토다. 1969년 삼립식품으로 출발하며, 국내 양산빵 시장에 첫 진출한 후 81년 삼립식품과 회사가 분할되면서 '기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이후 국내 최초의 고급 아이스크림 '본젤라또'와 '쌀로별' '쌀로풍'과 같은 쌀과자 시리즈 등 한 때 창의적인 발상으로 식품업계의 기린아로 칭송받기도 했다.

그러나 기린의 '희망과 행복'은 1998년 외환위기 와중에 최종부도를 내고 화의에 들어가면서 위기를 맞았다. 2300여명이던 종업원을 800여명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으로 2003년 화의를 졸업했다. 이듬해 부동산개발업체인 '서현개발'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기린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2004년부터 이 회사 경영을 맡고 있는 전문경영인 이용수(57.사진)대표는 흐트러졌던 생산라인을 재정비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2교대 근무로 24시간 공장을 돌린다. 주로 저녁 8시까지는 미리 판매 예측된 물량을 생산한다. 저녁 8시 이후에는 추가 주문이 들어온 제품의 맞춤생산에 들어간다. 또 '유통기한 이틀 전 회수'라는 원칙을 정해놓고 철저히 지킨다. 이 밖에도 그는 빙과공장을 새로 짓는 등 투자도 늘렸다.

이 대표는 "글로벌화가 큰 흐름이지만 식품은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에 외국기업이 들어와도 국내회사들을 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가 정상화를 넘어 도약을 하려는 찰라에 회사의 발목을 잡는 일이 생겼다. 지난해 4월 수원공장에 불이 난 것이다. 새 공장을 짓는 시점에 난 화재 때문에 일부에서는 일부러 불을 낸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다. 기존의 낡은 공장을 없애면서 보험금을 타 새 공장을 지으려는 것이라는 의혹이었다. 이 대표는 "보험 가입금액은 240억원인데, 공장 시설 손실만 400억원 정도에다 생산 차질로 매출이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또 2005년 매출액 700억원대 고지를 넘고, 지난해 1000억원 고지로 가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었다. 지난해 매출도 706억원으로 간신히 700억원대 턱걸이를 했다. 이 화재로 재정적 손실에다 마음 고생까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올해 매출계획을 1100억원으로 잡았다. 그의 이런 야심적인 목표는 양산빵 품질을 높이는 일련의 노력과 맞물려 있다. 트랜스 지방을 줄이기 위해 식빵 반죽에 올리브 오일을 넣어 반죽하고, 방부제를 쓰지 않고 강력한 살균효과를 가진 고추냉이(와사비)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고 있다. 또 빵 맛을 좋게 하기 위해 빵에 들어가는 효모를 배양할 때 음악을 들려준다. 이동선 기린 부산공장 공장장은 "효모에 음악을 들려주면 빵 맛이 더 쫄깃쫄깃해지고 향이 좋아진다"며 "한꺼번에 많은 빵을 만들기 때문에 이렇게 음악을 듣고 자란 행복한 효모로 빵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기린은 올해 '제 2의 창업'을 목표로 내세웠다. 2010년에는 회사 덩치를 지금보다 3배 정도 키우고, 2010년에는 매출 2000억원 순이익 200억원을 낼 계획이다.

(주) 기린

◆설립 : 1969년 삼림식품으로 출발

◆사업분야 : 제과.제빵.빙과

◆직원수 : 950명

◆자본금 : 226억원

◆본사 :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석남식 이코노미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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