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심장도 빌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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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크라이슬러 엔진(左)을 단 미니쿠페(上)

엔진은 흔히 자동차의 심장이라고 한다. 차량 성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그래서 자동차 업체들은 저마다 독자 엔진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차종에 대해선 간혹 다른 회사 엔진을 사다 쓰기도 한다. 개발비를 절약하고 신차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기술을 보강하는 효과도 있다.

독일 BMW의 전륜 구동 소형차 '미니(MINI)'에는 미국 크라이슬러의 1.6ℓ 엔진이 달려 있다. 영국 로버자동차 소속이었던 미니는 1990년대 중반 BMW에 인수됐다. BMW는 전통적으로 후륜구동차만 만들어 왔다.

BMW는 2000년 미니를 개발하면서 자기 회사의 직렬 4기통 엔진을 장착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엔진룸에 비해 너무 커 포기했다. 대신 전륜 구동 방식의 크라이슬러 엔진을 공급받기로 한 것이다. BMW는 이후 미니에 맞는 전륜 구동 엔진 개발에 매달렸다. 올해 상반기 출시될 뉴 미니에는 프랑스 푸조와 공동 개발한 4기통 엔진이 들어간다. 새 엔진은 크라이슬러 엔진보다 출력과 연비가 15~20% 향상됐다고 한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스웨덴 볼보의 럭셔리 세단 S80의 4.2ℓ 엔진은 모터사이클 메이커로 유명한 일본 야마하 제품이다. 8기통인 이 엔진의 최고 출력은 315마력이다. 야마하는 70년대부터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엔진을 납품해 왔다. 도요타 구형 렉서스 GS300의 직렬 6기통 엔진도 이 회사 제품이다. 전통적으로 안전을 중시해온 볼보는 엔진을 가로로 배치해야 충돌사고 때 운전자 부상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가로 배치 방식을 고집해 왔다. 문제는 엔진 용량이 커질수록 기술적으로 가로 배치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볼보는 여러 엔진을 검토한 끝에 크기가 작으면서 출력이 높은 야마하 제품을 선택했다.

푸조 엔진 V6 HDi , 닷지 캘리버 월드 엔진 , 혼다 VTEC 엔진

미 포드그룹 산하의 재규어.랜드로버는 푸조에서 만든 2.7ℓ 터보디젤 엔진을 쓴다. 기존 재규어 S타입이 이 엔진을 달았다. 또 다음달 나올 럭셔리 세단 재규어 XJ와 3월 출시될 랜드로버의 디스커버리3 디젤 모델에도 같은 엔진을 장착한다.

이 엔진은 프랑스 푸조의 2.7 HDi 디젤 엔진을 기본으로 제작됐다. 최고 출력 206마력에 최대 토크 44.4㎏.m로 4.0ℓ급 가솔린 엔진과 맞먹는 성능을 갖고 있다. 포드는 상대적으로 약한 디젤 기술을 푸조에서 전수받아 성능을 향상시켰다. 재규어코리아 윤성혁 기술담당은 "엔진 블록은 푸조 것을 쓰지만 흡.배기 부분은 재규어 특성에 맞게 독자 개발함으로써 푸조 엔진보다 정숙성에서 앞선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선보일 일본 닛산의 하이브리드 엔진은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에 사용하는 것과 흡사하다. 닛산이 도요타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제작했기 때문이다.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에 달린 4.4ℓ 슈퍼차저 엔진은 재규어 세단에 사용하는 4.2ℓ 엔진을 조금 더 키워 사용했다. 이 엔진은 실린더에 공기를 압축해 분사하는 방식으로 400마력의 힘을 내뿜는다.

미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지난해 말 한국 시판에 들어간 닷지 캘리버는 현대자동차.미쓰비시와 공동으로 개발한 월드 엔진을 달았다. 캘리버의 2.0ℓ 가솔린 엔진은 쏘나타2.0에 달린 것과 기본 구조는 같지만 최고 출력이 14마력 더 크다. 크라이슬러의 엔진 튜닝 기술로 흡.배기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어 출력을 높인 것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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