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딱지」피해보상 힘들듯/조춘자씨 구속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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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백억재산 대부분 타인·공동명의/공무원 개입 수사안해 의혹 남겨
「강남의 큰손」 조춘자씨 주택조합 분양사기사건은 29일 조씨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위반혐의로 기소됨으로써 피해자보상등의 과제를 남긴채 수사가 일단락됐다.
이번 사건은 조씨가 구의지역등 3개지역 조합주택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정원을 넘겨 분양받을 수 있는 것처럼 속여 조합원을 추가모집,속칭 「물딱지」를 대량 발급함으로써 빚어졌다.
3백61명이나 되는 많은 피해자들이 조씨의 사기행각에 쉽게 걸려든 것은 부동산업계에서 이미 여걸로 소문난 조씨를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데서 출발했다.
조씨는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벤츠등 외제승용차 2대를 비롯,모두 4대의 승용차를 번갈아 타고 다니며 일부러 여러사람이 보는 앞에서 청와대비서실등에 전화를 거는체 해 배경이 있는 것처럼 행세해왔다.
그러나 조씨는 교대 졸업후 교사·세무공무원으로 일했다는 소문과는 달리 대전 D여중 졸업이 고작이며 정치인들과의 친분관계도 특별한 것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검찰은 사건초기부터 피해보상을 위해 조씨가 빼돌린 재산을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이태원 조합아파트건립 차질로 인한 위약금(80억원),제주 파라마운트 카지노주식 매입(41억8천만원)등 자금 사용처를 확인했지만 인력부족등을 내세워 수표추적등 적극적인 수사는 엄두도 못내고 조씨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한계를 노출했다.
조씨의 재산은 35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비롯,주식·승용차 등 모두 9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동산이 공동명의로 되어 있거나 근저당이 설정되어 조씨 독자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재산은 거의 없기 때문에 2백66억원이 넘는 피해액을 보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수사를 하면서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한다는 의혹도 받아왔다.
조씨가 50가구분의 아파트를 자신의 몫으로 빼돌렸다는 피해자대책위(위원장 이석태·37)의 주장에 명쾌한 답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강동구청·성동구청 관계공무원이 조씨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단서를 잡고도 수사를 마무리했다.
또 조시에게 피해조합원을 소개시켜주는 대가로 21억원의 프리미엄을 챙긴 부동산 중개업자 10여명을 한명도 검거하지 못했다.
또 조씨의 사기행각을 미리 감지한 성동구청이 4월9일 관할 동부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는 공문을 보냈는데도 경찰이 이를 묵살,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을 양산해내는데 일조한 셈이 됐다.
그러나 이들 피해자들중 상당수가 피해자대책위에 고급승용차를 타고온 점과 조씨와 연결된지 2,3일만에 현금으로 1억원에 가까운 돈을 동원해 「물딱지」를 받았다는 사실에 비춰볼때 실수요자외에 투기를 목적으로 한 조합원이 많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번 분양사기사건은 집없는 사람들의 약점을 교묘히 이용한 조씨의 사기술에 무주택자들과 일부 무자격조합원들이 가세해 만들어낸 합작품인 셈이다.
주택건설 관계자들은 앞으로 이와 유사한 방법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관련법규의 보완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김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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