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닦이 소년이 여행전문가로|『투어타임스가이드』22권 낸 93개국 여행 김호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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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초·중 고교를 검정고시로 마치고 한때는 신문팔이. 구두닦이 등을 했던 소년이 세계 93개국을 돌며 견문을 넓혀 여행전문 잡지를 창간하는 등 출중한 여행전문가로입신, 화제를 모으고있다.
88년8월 여행관광잡지 『투어타임스』를 창간하고 여행지침서 『투어타임스 가이드』 22권을 출판한 김호진씨(36).
경북 안동 빈농에서 3남1여중 맏아들로 태어난 그는 찢어지게 가난한 생활고로 학업을 아예 포기해야 했었다. 그러나 학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그는 무작정 상경, 신문배달· 껌팔이· 구두닦이 등 바닥생활을 전전하면서 공부를 계속해 중·고교를 모두 검정고시로 졸업했다.
81년 인하대화공과를 졸업한 뒤 일본 게이오대에 유학했고 뛰어난 어학실력으로 중앙대·단국대 등에서 영어강사를 지내기도 했다.
그후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지 기자로 활약하다 차츰 관광분야에 눈을 뜨기 시작, 무려 93개국을 여행하면서 사업가로의 변신기반을 닦았다.
『너무 가난해 좌절을 느낄 때가 많았어요. 하지만 동생들의 학비를 대느라고 한가하게 울지도 못했습니다. 다행스럽게 동생들은 구김살 없이 자라현재 명문대학에 다니고있지요.』 학비조차 부족했던 그가 엄청난 경비가 드는 해외여행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적인 화해와 평화무드에 따라 관광여행분야가 각광받는 산업으로 급상승하는 틈을 타 해외여행업계의 홍보루트를 뚫었던 것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여행잡지를 창간했던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둔감한 국내여행업계보다 외국여행업계의 감각이 한발 앞서더군요. 자국의 관광자원·민속자연환경을 보다 정확히 알리고 싶어합니다.
때로는 정확한 보도와 섬세한 가이드북을 출간해주는 대가로 수백∼수만달러를 받기도 했어요.』
이제 국내 여행업계에 상당히 알려진 그가 추천하는 관광코스는 캐나다·인도네시아·괌섬 중심의 북마리아나해역 등 주로 자연경관이 좋고 해상관광을 즐길 수 있는 곳들.
그는 항상 여행전 관광자료 활용, 소지품 분실주의 등 여행지침을 강조한다.
『특히 유럽· 동남아시아에서는 환전할 때와 식당에서 나올 때 현금을 날치기 당하는 수가 많아요. 이탈리아에서는 차창을 깨고 돈을 훔쳐가는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발행하는 가이드북 『투어타임스가이드』를 위해 한달에 1회 이상, 1년에 7개월여를 해외여행 한다는 그는 국내여행업계의 피상적인 서비스정신, 편의주의적 스케줄 구성 등 악습이 고쳐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여행을 죄악시하거나 매도하는 시각과 극소수 관광객들의 보신관광을 일부 언론이 확대보도 하는 경향 등은 지양돼야 합니다. 관광은 금세기말안에 국내 제1의 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며 해외여행에 대한 소극적이고 부정적 안목은 국익에 손해만 가져옵니다. 필요한 것은 끊임없는 계도겠지요.』 <배유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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