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갈비촌」|「수원 갈비」모르면 미시가 아니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수원갈비」는 수원시가 자랑하는 일품요리다. 때문에 수원시민들은 수원갈비의 명성을 모르는 사람은 식도락가라고 지칭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경부고속도로 신갈인터체인지에서 수원 시내쪽 4㎞지점 도로 양옆은 40여개의 갈비 집이 들어선 「수원갈비」의 고향.
또 경수산업도로를 타고 안양·의왕시를 지나 수원시계인 지지대고개를 넘어서면 우측 노송 사이사이로 또 하나의 갈비집 타운이 형성돼있다.
수원갈비의 특징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별미」를 꼽을 수 있다.
또 대부분의 갈비집들이 울창한 송림·고목·자연석등에 뒤덮여있어 자연의 정취를 느끼며 고기 맛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특징.
일부 갈비집들은 원두막·정자를 비롯, 풍차·물레방아·수석전시장·식물원·양어장에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다.
최근 이곳 갈비집주인들은 일본인 관광객 쇄도로 즐거운 비명이다. 이에 따라 일부 업소는 종업원을 20∼30명에서 두배이상 늘리며 성업 중.
18년째 주방장으로 일하다 금년초 우만동103의1 본수원갈비집을 인수, 주인이 된 김창근씨 (47)는 『지난해말 일본에서 잡지·신문 기자들이 취재차 다녀간 후 수원갈비 맛이 대서특필되면서 한국관광코스에 수원갈비집 방문이 포함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갈비집들이 톡톡히 재미를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주변에 위치한 용인자연농원· 한국민속촌·과천대공원을 찾는 관광객들과 인근 20여개 골프장손님들이 대거 몰려들고있기 때문.
유명 갈비집의 경우 하루평균 갈비소모량은 소5마리 분인 1천여대. 평범한 갈비집도 주말에는 2천여대분을 거뜬히 팔아치운다.
이처럼 수원갈비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갈비 맛이 부드럽고 연한데다 독특한 향을 내고 있기 때문. 게다가 양이 많고 값이 싸 더욱 인기다.
고 박정희 대통령은 이 같은 수원갈비붐을 일으키는데 단단히 한몫을 했다.
박대통령은 기세가 등등했던 3공 초기인 68년 어느날 경기도청순시를 마친 후 도지사의 안내로 수원시 팔달로에 있던 「화춘옥」이란 작은 갈비집에서 갈비를 먹었다.
이후 「각하께서도 갈비를 맛있게 잡수셨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무명의 화춘옥은 공무원·기업체사장 등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몰려 성업을 이루었다.
이 무렵부터 화춘옥 주변에 「명성옥」「화정집」등 갈비집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 수원은 갈비의 고장이 됐고 시세가 확장되면서 파장동 등에 대형갈비촌이 형성됐다.
5인분기준 수원갈비의 기본재료는 한우갈비 1천5백g, 설탕 4술, 파·마늘 3술, 참기름 2술, 볶음통깨 2술, 소금약간, 후추가루 약간, 배5쪽 등이다.
이를 재료로 갈비의 기름기를 제거, 7∼8㎝로 토막을 낸 안쪽 뼈에 가로 세로 칼집을 내 잘 벗겨지게 한 후 고기부위가 두꺼운 부분은 군데군데 칼집을 내 속까지 양념이 배도록 한다.
이어 양념과 설탕을 적당히 뿌리고 부드러운 육질의 감촉을 주기 위해 가볍게 주물러놓는다. 이와 함께 다진 파·마늘·통깨·배즙·참기름을 넣어 양념을 만들고 갈비에 양념을 부어 잘 버무린 후 3∼4시간 숙성시킨 뒤 다시 참기름을 약간 넣고 골고루 섞으면서 후추가루 등을 뿌린다.
그러나 이같은 교과서적인 조리법으로는 제 맛을 낼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방장의조리솜씨다. 때문에 대부분 갈비집들은 주방장의 조리비법보호(?)를 위해 외부인의 주방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갈비는 또 어떻게 굽느냐에 따라 맛이 각각 다르다. 화력이 약간 센 숯불에 석쇠를 올려놓고 달구며 기름을 살짝 바른 후 갈비뼈에 붙은 막이 오므라질 정도로 구워졌을 때 독특한 맛이 난다는 것이다.
원천동96 S갈비집 주인 김수경씨(54)는 『갈비를 먹은 뒤 따라나오는 구수한 된장찌개 맛까지 봐야 수원갈비의 제 맛을 알 수 있다』며 스스로 입맛을 다셨다. 【수원=정찬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