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온난화 두 배 빠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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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지는 지구 ‘운명의 시계’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 회원들이 2일 홍콩 정부청사 정문 앞에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다. 이날 기후 변화 정부 간 위원회(IPCC)가 지구온난화에 관한 4차 보고서를 공개했다. 홍콩 AFP=연합뉴스]

지난해 6월 충남 태안에서는 '육쪽마늘 요리 축제'가 벌어졌다. 가을에 파종해 봄에 싹이 트는 한지형 마늘인 육쪽마늘은 맛도 좋고 오래 저장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하지만 축제를 주관하는 태안군청 관계자는 속을 태우는 입장이다.

"유명한 육쪽마늘 산지지만 재배 면적이 갈수록 줄어들고, 월동하기 전에 싹을 틔우는 난지형 마늘 재배 면적이 더 많다"고 말한다. 해가 바뀔 때마다 기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사과는 아예 재배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후지'사과는 현재 전국 대부분의 지방에서 재배가 가능하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는 2040년께 기온이 3도 상승하면 '후지'의 1급 재배지는 강원도와 지리산.덕유산 등 고산지대로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반도에서도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피해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온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기상청은 1910년대에 비해 연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같은 기간 지구 전체의 평균 온도 상승폭인 0.74도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구온난화에다 높은 인구밀도와 도시화가 반영된 탓이다.

이에 따라 기후와 계절까지도 달라졌다. 지난 100년간 연간 눈과 비의 양은 1150㎜에서 1250㎜로 100㎜ 늘어났다.

반면 눈.비가 내린 날은 줄고, 호우(하루 강수량이 80㎜ 이상) 발생일은 연간 2.3일로 늘어났다.

최근 10년간의 기온을 비교한 결과 과거 3월 12일 시작되던 봄이 최근에는 3월 9일로 사흘이나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도 6월 7일에서 6월 3일로 나흘 일찍 시작되고 일주일이나 길어졌다. 대신 겨울은 일주일이나 짧아졌다. 벚꽃의 개화시기도 점점 빨라져 41~70년과 71~2000년을 비교하면 평균 5.2일 빨라졌다.

특히 올 1월 서울의 기온은 평상시 남부지방과 맞먹을 정도로 아주 따뜻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서울이 아열대지역으로 바뀌는 상황도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희대 윤진일 교수는 도시 열섬현상을 억제하지 않으면 2071~2100년에는 서울의 1월 최저기온이 영하 6.1도에서 0도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겨울에도 주변에서 얼음 구경을 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강릉대 정일웅 교수는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2100년까지 한반도 주변 바닷물 수위가 42㎝ 상승, 연안과 섬지역 등 서울시 면적의 3.7배가 바닷물에 침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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