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전문가 최숙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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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집 구조가 서구화하면서 우리는 도처에서 차갑고 딱딱한 벽과 부딪히게 된다.
이런 벽에 부드러운 실로 짜여진 수직작품 한 점이 걸려있음으로 해서 차가운 벽은 따뜻한 공간으로 느껴질 수 있다.
18년째 수직을 하고 있는 최숙경씨(36·서울 노량진동)는 부드러운 실을 한 올 한 올 짜면서 그림을 그리는 매력에 끌려 미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수직을 전공한 수직전문가다.
최씨는『최근 시중에 식탁보·소파덮개·전화받침 등 많은 수직생활용품과 수직벽걸이 등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것을 주부 집에서 직접 만들어 쓰면 훨씬 애착이 갈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으로 집안을 꾸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수직은 크게 위사로 그림을 그리는「태피스트리」와 직조기를 이용해 경사로 무늬를 만드는「위빙」두 가지가 있다. 실은 모사·마사·면사·합성사 모두가 가능하다.
태피스트리를 짜는데는 큰 도구나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아 초보자도 부담 없이 접할 수 있어 좋다.
나무로 된 사각틀(프레임)·빗·실 등이 재료의 전부다. 일반적인 틀(가로 50㎝·세로70㎝)은 5천원, 빗은 3천원 등. 이 재료는 수직 재료 상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태피스트리는 흔히 액자에 넣어 벽걸이로 사용한다.
태피스트리 작품을 만들려면 먼저 무엇을 그릴 것인가를 구상한 뒤 밑그림을 정하고, 나무틀의 아래·위에 못을 박아 그림의 폭만큼 못에 실을 거는데 이 실을 경사라고 한다.
경사를 한 올씩 걸러 종이테이프를 3개정도 끼운다. 이것은 시작부터 끝처리를 할 수 있는 여유 분을 남겨두려는 것이다.
밑그림을 경사 뒤쪽에 테이프로 붙이고 그림의 형태에 따라 살을 한 올씩 걸러가며 평직으로 짠다. 중간에 실을 바꿀 경우 경사와 경사사이에 끝나는 위사와 새로 시작하는 위사의 시작부분을 엇갈리게 해놓는다.
경사사이를 통과하는 위사는 왼손 엄지와 새끼손가락 사이에 실을 걸쳐 S자로 왔다갔다 몇 번을 한 뒤 중앙을 실로 말아 감아 나비형태로 만들어 놓아야 편하다.
식탁보·소파덮개 등 패턴화 된 문양은 직조기를 이용한다. 그러나 직조기를 이용하려면 수직의 기초를 배운 뒤에 하는 것이 무난하다.
수직으로 자기 작품을 만들려면 1년 정도는 꾸준히 배워야한다.
7년 전부터 문화센터에서 1주일에 한번씩 강의도 하고 있는 최씨는『배우는 과정에 만나게되는 몇 번의 의기(권태기)를 잘 넘기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실력을 쌓을 수 있다』며『그러나 상당수의 여성들이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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