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채널 정책홍보용될 우려/종합유선방송 법안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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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정명령은 통제의혹 소지/공보처장관 추천 방송위 제역할 할지도 의문/“공청회등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 거쳐야” 여론
유선TV를 관장할 정부의 종합유선방송 법안이 정부에 의해 마련돼 당정협의를 거쳐 올가을 정기국회에서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에 적지않은 문제점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논란이 되고있는 분야는 ▲공공채널의 설치 ▲종합유선방송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유선방송 육성기금을 주로 관리할 종합유선방송협회의 설립 ▲방송프로그램의 법률위반때 공보처의 시정명령권 등으로 요약되고 있다.
공공채널의 경우 지난해부터 세차례 열린 공청회때도 나오지 않았던 내용으로 문제의 여지가 없지않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지사항을 전달할 수 있도록 전용채널을 가져야 한다는 법안내용은 가령 40개 채널중 10%선인 4개정도는 방송국이 공지사항이 담긴 테이프를 의무적으로 내보내야 하는 식이다.
그러나 영리추구에 급급한 방송국 운영자들에 제동을 걸어 공공목적의 프로를 방송토록 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국내 현실상 자칫 정부의 정책홍보용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많다.
고려대 홍기선 교수(49·신방과)는 『채널이 많은 유선TV의 성격상 공공채널 운용은 필요하다』며 『그러나 유선TV가 널리 보급된 선진 각국은 공공채널을 교육용이나 시민들의 의견 개진용으로 사용하지 정부주도의 전달매체로 이용하지 않는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종합유선방송위원회의 설립을 둘러싼 이견은 더욱 심하다.
정부,나아가 학계 일부에서도 복잡하고 전문성을 요하는 유선TV의 특성을 감안,이를 관리할 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있으나 실제 법안의 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는 많은사람들이 회의적이다.
입법·사법·행정 3부에서 선정한 9명의 방송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방송위원회도 종종 독립성과 공정성을 둘러싼 시비가 일고있다.
그런데 유선방송위는 아예 정부의 공식창구인 공보처장관이 7∼11인의 위원을 추천,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있어 일단 모양새가 좋지않다.
따라서 이같이 구성된 유선방송위에 프로그램의 심의·시정조치와 관련,심판·제재 등 준사법적 권한이 주어질때 정부의 입김을 무시하지 못하게 돼있는 구성자체가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선방송 사업자들로 짜여지는 종합유선방송협회의 설립에 대한 외부시각도 곱지만은 않다.
주로 유선방송위의 운영과 프로그램 제작지원에 사용될 기금마련을 책임질 이 협회는 기금마련의 정당성 여부는 제쳐두고 필요성에 대한 의혹이 따르고 있다.
유선방송위가 해도 될일을 굳이 유선방송협회를 만들어 기금을 관리토록 하는 일은 이 기금을 정부 의도대로 쉽게 사용키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방송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위해 각종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는데 이중 특히 「공보처의 시정명령」은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외설물·폭력물에 대한 심의 제재조치는 유선방송위가 나서서 얼마든지 교통정리가 가능하며 정부가 직접 소매를 걷어부치고 나설 경우 시정명령의 확대는 언론의 하나로 간주되는 유선TV에 대한 통제나 장악기도로 보일 수 있는 등 의혹을 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들이다.
어쨌든 빡빡한 앞으로의 일정을 염두에 둔다하더라도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이같은 정부의 유선방송법안이 수긍안가는 점이 많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않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서강대 최창섭 교수(49·신방과)는 『유선방송위의 설치등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 많은만큼 정기국회 통과 이전에 이 법안을 공청회에 넘겨 의혹없는 마무리 손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유선TV가 일반에 충분히 홍보돼 있지 않다는 점,정기국회 통과를 위한 법안에 명기된 내용이 세부적이지 못해 차후 시행령 제정과정에서의 「무리수」가 우려되는 점등을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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