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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소비량|가전 제품 대량 보급 따라 "껑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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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덥다. 선풍기를 켜댄다. 에어컨의 냉방 온도를 더 낮춘다.
1백50ℓ 또는 2백ℓ였던 가정용 냉장고가 3백∼5백ℓ로 자꾸만 커져가고 있다.
전자동 세탁기가 아침·저녁으로 돌아가고, 아침 출근길엔 전기면도기와 헤어드라이어가 바쁘다.
어지간한 요리는 가스레인지 대신 전자레인지가 맡아한다. 코피포트에선 물이 끓고 있고 설거지를 거친 식기는 식기건조기 속으로 들어간다. 청소도 진공청소기가 맡아하며 아이들은 TV와 VTR에 매달려 지낸다.
오늘을 사는 도시가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소득이 높아지고 생활 형편이 좋아지면서 우리는 여러 가지 가전 제품을 쓰면서 편리하게 살아간다.
그 편리함은 대부분 「전기라는 힘으로부터 나오는데, 너무 흔하면 그 가치를 깨닫지 못하듯이 우리는 전기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간다.
가정에서의 전기 소비량은 생활 수준의 향상에 따른 가전 제품의 소비 행태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61∼65년 사이 가구 당 한 달 평균 전력 사용량은 30kwh이내였다. 당시 시골에선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 작은 구멍을 낸 뒤 백열 전구 하나로 불을 밝히기도 했다. 통계청 (당시 경제기획원조사 통계국)은 소비자 물가 조사를 위해 5년마다 도시 생활에서 필수품화된 물건으로 조사 품목을 정하는데, 65년 당시 가전제품은 라디오·선풍기· 흑백TV·전기다리미 정도였다.
전체 조사 품목의 비중을 1000으로 보았을 때 라디오가 5·1로 가장 컸으며 선풍기 (2), 흑백 TV (1·5)의 순 이었다.
70년을 기준으로 새로 조사 대상 품목을 정할 때 냉장고·전축·녹음기·믹서가 새로 추가됐으며 흑백 TV의 가중치가 7·5로 1위로 부상했다.
5년 뒤인 75년에는 전화기 하나가 추가됐다. 80년에는 세탁기·보온밥통·전기밥솥·코피 포트가 새로운 품목으로 등장했다.
85년에는 조사 품목의 변경 없이 그 중요도인 가중치만 조금씩 달라졌다.
내년부터 96년까지 소비자 물가 지수를 산정 하는데 쓸 90년도 기준 조사 대상 품목 선정작업이 현재 이뤄지고 있는데 요즘 전력과 소비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에어컨을 비롯, 전자레인지·보온밥솥·진공청소기·전자동세탁기 (80년에 조사 대상 품목으로 들어간 세탁기는 반자동임)·식기건조기·전기프라이팬·헤어드라이어·전기면도기 등이 새로 추가될 전망이다.
추가될 대상 품목이 예년에 비해 수적으로도 가장 많은데다 대부분이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제품들이다.
이처럼 전기를 많이 쓰는 가전 제품이 계속 늘어나니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85년 가구 당 월 평균 전력 사용량이 1백18·7kwh로 65년과 견줄 때 20년 사이 4배로 늘어났다 (표 참조). 이에 따른 전력 요금 또한 70년대 초까지 1천원 미만이었는데 88년부터 1만원대를 넘어섰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전력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득 증대에 따른 과소비 풍조 속에 전기 절약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희박해진 것도 전력 수요 증대에 한몫을 하고 있다. 동력자원부가 최근 서울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실시한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이 집이나 주위에서 전기가 낭비되고 있는 것을 본다고 응답했다.
산업용 전력 소비 증가율은 12·9%에 그친 반면 가정용이 17·2%, 업무용이 24%나 늘어난 것을 보아도 국민들의 일상 생활과 관련된 부문에서 전력 소비가 크게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각한 전력난, 생각 같아서는 원자력발전소라도 후딱 세웠으면 좋겠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90만kwh짜리 원자력발전소 하나 세우는데 1조5천만원의 경비가 들고 기간 또한 10∼15년이 걸린다. 작은 데서부터 전기를 아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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