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매직 넘버 8' 의원 8명 탈당 땐 기호 2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열린우리당이 깨지지 않고 간다면 그게 뉴스다."

열린우리당 원혜영 사무총장이 최근 기자들에게 농반진반(弄半眞半)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곤 "탈당하겠다는 분들 이름 좀 알려 달라. 설득해야겠다"고 했다.

당내에서 '매직 넘버 8'이란 표현이 입에 오르내린다. 현재 134명 의원 중 8명 이상 탈당하면 한나라당(127명)에 이은 제2당으로 전락한다는 말이다. 대선 기호 1번도 넘겨줘야 한다. 선거법상 기호가 의석 수에 따라 주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당직자는 이를 두고 "1997년과 2002년 대선 때 필승 기호 2번을 되찾는 셈"이라고 씁쓰레 농담한다. 2004년 총선 직후 반수를 훌쩍 넘던 거대 여당(152석)의 위용은 오간 데 없다.

열린우리당의 '제2당 전락'은 시간문제다. 다음주 중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 무렵 '분당(分黨)급' 탈당이 있을 것이란 얘기가 무성하다.

"열린우리당의 틀로는 대통합을 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탈당파들의 세 규합이 속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현재 몇 명 확보했다"는 중계식 전언도 매일 들려온다.

이들은 어차피 2.14 전당대회에서 대통합 신당을 결의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틀을 유지할 게 뻔한데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이 탈당 쪽으로 기울었다. 정동영 전 의장과 가까운 일부 의원도 거론된다. 김낙순.노웅래.조일현.전병헌.최용규 의원 등이다.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은 "전당대회를 한다는 건 당을 해체할 생각이 없다는 것인데 그래선 통합신당이 만들어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몇몇이 나가선 힘이 없다"며 집단 탈당 의사를 강조했다. 강 전 정책위의장은 차기 당의장으로 유력한 정세균 의원이 네 차례 탈당을 만류했으나 뿌리쳤다고 한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초선 의원은 "이번에 움직이면 30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당 뒤 교섭단체(20명)를 구성하고도 남는 숫자다. 한 중진 의원은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노 대통령이 짠 구도대로 갈 것"이라며 "그럴 경우 대선은 필패"라고 말했다.

전대 논의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이 더 쪼그라들 수도 있다. 김부겸.정장선.송영길 의원 등 수도권 재선 그룹은 민주당 지역구 의원들과 함께 교섭단체를 꾸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박병석.박상돈 의원 등 충청권 그룹도 "전대 전후로 입장을 정해 함께 행동하자"고 합의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김근태 의장은 1일 "(탈당은)지붕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으로 일종의 배신 행위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배반"이라며 "지금은 탈당을 변호할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정동영 전 의장은 "전당대회 전에 탈당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제2당으로 전락한 뒤 선거 막판에 다시 제1당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대선 후보 등록 시점까지 여권이 대분열 후 대통합을 하는 시나리오도 있다는 것이다.

고정애.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