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대중과 멀어지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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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우리 민족의 가장 대중적 시가인 시조가 가장 비대중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조 시인 이우걸씨는 20∼21일 전남 해남의 고산 윤선도 기념관에서 시조 시인 및 평론가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오늘의 시조학회 (회장 윤금초) 주최 세미나에서 「현대 시조와 독자」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오늘의 시조가 응집의 미만 추구, 삶의 현장과 너무 떨어져 독자들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다고 주장.
이씨는 70년대이래 시는 애절한 이야기, 시대에 민감한 풍자, 혹은 폭력적 권력에 대한 저항의지 등으로 독자들을 꾸준히 증가시켜 오고 있으나 시조는 현실과 동떨어진 사대부의식, 지나친 비약과 난삽한 비유 등으로 오히려 독자를 잃어가고 있다고 봤다. 독자의 확보가 시조의 활로를 여는 급선무라고 본 이씨는 그 방법으로서 ▲쉽고 현대의 정서에 맞는 시조 쓰기 운동 ▲율문의 특성을 살린 동 시조, 쓰기 운동 ▲시조 창작의 소집단 운동 등을 내세웠다.
한편 이지섭씨 (시조 시인·성균관대 강사)는 주제 발표 「시조가 근대 자유시에 미친 영향」을 통해 시조가 근대 자유시 형성의 직접적 동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시조가 구한말에 오면서 내용 면에서 국권 상실의 애통함, 일제에 대한 항거, 계몽과 개화 강조 등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있고 형태상으로도 좀더 자유스러워진 개화기 시조가 우리의 자유시로 자연스레 발전해나간 것으로 봤다. 이씨는 시조→개화기 시조 (사설 시조)→자유 시조의 발전 방향을 검토해 봄으로써 우려의 신문학 형성을 서구 문학의 이식과 수입으로만 파악하는 전통 단절론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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