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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해안 바닷모래 불법채취로 몸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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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충남 서해안에서 바닷모래 불법 채취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태안해양경찰서는 25일 관할 지역인 태안.보령.당진에서 올들어 이날 현재까지 1백60건의 바닷모래 불법 채취를 적발, 골재채취법 위반 혐의로 3백50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적발 건수(20건)의 8배나 된다.

이처럼 태안 지역의 불법 모래 채취가 급증한 것은 전남 신안.해남.진도군 해역에서 모래 채취가 금지되고 인천시 옹진 등에선 채취 허가량을 대폭 줄이자 채취업자들이 태안 등지로 몰려오기 때문이다.

지난달 해양경찰청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9월 말까지 태안해경 관내의 바닷모래 불법 채취 적발 건수는 1백14건으로 전국 적발건수(1백68건)의 68%를 차지했다. 반면 목포해경 관내의 적발건수는 14건으로 오히려 지난해(39건)보다 감소했다.

올해 적발된 불법 모래 채취량은 5백60만㎥로 태안군의 올해 채취 허가량(1천1백만㎥)의 절반을 넘는다. 적발되지 않은 물량까지 감안하면 엄청난 모래가 무허가로 반출되고 있는 것이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이평주 사무국장은 "바다 밑에 대형 웅덩이가 생기고 모래가 사라지면 어류의 산란.성장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며 "모래 부존량과 해양생태계 파급 효과를 고려해 기존 채취 허가량도 대폭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태안군의 꽃지.만리포 등 충남 서해안 해수욕장 대부분이 급격한 모래 유실로 백사장 바위가 하나씩 드러나는 등 해수욕장 기능을 잃어가는 등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골재채취법 위반 처벌규정이 벌금형에 그치는 등 미약해 불법행위가 빈발하고 있다"며 "앞으로 불법행위가 잦은 곳엔 경비정을 상주시키고 구속수사 원칙으로 강력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모래 수요의 60%를 공급하는 인천 옹진군의 대이작도가 내년 생태보전지구로 지정돼 모래채취가 금지될 예정이어서 충남 서해안 해역의 불법 채취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 서해안 바닷모래=태안 소원.원북면 근해와 당진.보령.서천 등 바다와 접한 시.군에서 채취된다. 태안의 채취업체는 인천 11곳, 경기 5곳, 충남 4곳, 제주 3곳 등 26곳으로 채취 모래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 건설현장에 공급된다. 모래값은 지난해 전남지역 채취 금지로 '모래 대란'을 겪은 뒤 두배로 뛰어 ㎥당 1만5천원선이다.

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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