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채권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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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금융시장 불안의 여파로 채권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LG카드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장에서 카드채.회사채의 발행은 물론 거래도 잘 안되고 있다. 채권값이 떨어지면서 채권금리도 오름세다. 채권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실적배당 상품인 투신사의 머니마켓펀드(MMF)와 수익증권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채권시장 급랭=채권 발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제일은행은 지난 24일 1천억원 상당의 금융채 발행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LG카드 사태로 채권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이미 예정됐던 1천억원어치의 은행채 발행을 취소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후순위 전환사채(CB) 발행을 취소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CB를 발행하면 기존 주주의 주당 수익률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데다 LG카드 사태로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발행 계획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일반 기업의 회사채 발행도 부진하다. 우리증권 김명진 기업금융1팀장은 "금융감독원에 유가증권 발행신고서를 제출해 놓고도 회사채 발행을 미루는 기업이 최근 늘었다"며 "대부분 시장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채권 거래량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카드채는 올 1월 하루 평균 거래금액이 4천5백억원이었으나 3월에는 1천30억원으로 줄었다.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던 카드채 거래금액은 LG카드 문제가 불거진 이달에는 다시 2천70억원으로 감소했다.

회사채 거래도 지속적으로 감소해 이달 하루 평균 거래금액은 지난 1월에 비해 24% 줄었다.

현대증권 채권영업팀 이훈 대리는 "투자 적격 등급인 BBB+ 이상이면 거래가 됐지만 최근 이보다 세 단계나 높은 AA등급 회사채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특히 카드채와 관련있는 회사의 채권은 거래가 잘 안된다"고 설명했다.

◇투신권 자금 이탈=이달 들어 투신권 단기 상품인 MMF에서 7조5천억원, 공사채형 수익증권에서 1조3천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를 포함해 투신권 전체 수탁고는 이달 들어 1백52조원에서 1백42조원으로 10조원 줄었다.

대한투신운용 황재홍 채권투자전략팀장은 "현재 MMF에는 카드채가 거의 없는데도 카드채 문제로 생긴 불안감 때문에 단기 자금을 인출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지난 봄 카드채 위기 때와 달리 MMF 등 수익증권의 대량 환매사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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