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은 지금 독서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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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도시 한 책 읽기' 시범사업이 펼쳐지고 있는 서산시의 인지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24일 선정도서인 『마당을 나온 암탉』의 원화가 전시된 학교 도서관에서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서산=김정수기자]

“모성애는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암탉의 얘기지만 전 현대를 살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기 꿈을 갖고 사는 요즘 부모들의 변화된 가치관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데요.”

지난 24일 오후 3시 충남 서산시립도서관 2층 회의실. 이 도서관 중국어반 회원들이 열띤 독서 토론을 펼치고 있었다. 주부·목사·전직 은행원 등 30~50대의 이들이 다루고 있는 대상은 뜻밖에도 한 권의 동화책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지음, 사계절)이었다.

서산시(시장 조규선)는 지금 독서 토론의 열기에 싸여 있다.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덕분이다. 1998년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돼 여러 도시로 확산된 이 운동은 2001년 소설 ‘앵무새 죽이기’ 열풍을 가져온 ‘하나의 책, 하나의 시카고’ 캠페인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한국도서관협회(회장 신기남)도 올해 처음으로 이 사업을 도입, 행정자치부로부터 2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서산시립도서관과 함께 시범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주최측은 지난 10월 27일 선정도서를 발표한 이래 두 차례의 작가 초청 토론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각급 학교와 공공기관에서는 이 책의 원화를 순회 전시하는 한편, 이 책과 주제가 비슷한 애니메이션 영화 ‘치킨런’ 및 이 책의 연극비디오를 상연하고 있다. 북카페로 지정된 시내의 한 커피숍에선 매일 저녁 7시 싸게 제공하는 차를 마시며 토론할 수 있다. 오는 29일엔 백일장대회도 연다.

▶ ‘한 도시 한 책 읽기'시범사업이 펼쳐지고 있는 충남 서산시의 시립도서관에서 지난 24일 중국어반 회원들이 선정도서인 『마당을 나온 암탉』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서산=김정수기자]

인지 중학교의 박미옥 교사(국어 담당)는 “권장목록을 참고하는 정도인 기존의 독서운동과 달라 아이들도 좋아한다”면서 “1백30여명의 전교생이 15권의 책을 돌려 읽고 있는 중인데 다음 주쯤엔 각 반별로 토론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을 이전에 읽었었다는 학생들도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고, 혼자 읽을 땐 느끼지 못했던 궁금증도 생겼다”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

서산시립도서관의 박미희 사서는 “작가 초청 토론회장에서 작가가 허심탄회하게 글을 쓸 당시의 심경을 털어놓았을 때는 관중이 함께 울기도 했다”면서 “그동안 시민들이 얼마나 문화적으로 굶주렸는지 느꼈다. 도서관이 시민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를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서산시의 조규선 시장도 “작은 문화운동이 서산시민들의 화합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면서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산시립도서관은 내년에도 이 운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4천만원의 예산을 신청해 놓았다.

한국도서관협회의 한상완 부회장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자는 운동에서 벗어나 책을 매개로 한 지역의 문화발전이 촉진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서관협회측은 이번 시범사업의 성과를 보고서로 만들어 내년 다른 지역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서산=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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