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닮아가는 대학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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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대학의 총학생회장 선거가 한창인 가운데 대전 지역 상당수 대학들이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려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에선 총학생회 선거가 순수성을 잃고 기성 정치판 못지 않은 구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20일 선거를 치른 대전 A대학은 선거가 끝났지만 아직 투표함을 개봉하지 못하고 있다.

한 후보 측이 "일부 단과대에서 규정 시간 이후까지 투표를 허용하는 등 부정선거가 있었다"며 개표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반대 측 후보는 "상대 후보가 낙선을 우려해 선거 공정성 시비를 앞세워 개표를 방해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지난 18일 선거가 끝난 B대학의 경우는 근소한 표차로 당락이 결정되자 재검표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낙선한 후보 측은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재검표를 요구했으나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를 수용하지 않자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최근 몇년 간 총학생회 선거에서 파행을 빚었던 C대학은 예산 과다 지출 등으로 수사기관에 고발된 현 총학생회 간부가 당선되자 낙선한 후보 측이 당선자를 상대로 당선 무효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낙선한 후보 측은 당선자가 수사기관에 고발된 상태인 데다 마감을 넘겨 후보자 등록한 점 등을 문제 삼아 선거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차 투표 끝에 1위에서 3위까지 박빙의 표 차를 보이며 몇년 만에 운동권 후보가 당선된 D대학은 선거운동기간 내내 후보자간 비난과 비방이 난무해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순수성과 높은 도덕성으로 무장해야 할 학생들이 선거에서 이전투구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과연 이들이 기성세대 잘못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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