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 그들이 온다 그녀가 흔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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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갭(GAP),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 자라(ZARA), 띠어리(Theory)….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류 브랜드들이다. 이들 브랜드는 세계 주요 도시마다 수백 평 규모의 플래그십 매장을 운영하면서 캐주얼부터 정장까지 다양한 제품군으로 패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이들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속속 상륙한다. 그동안 일부 유통업체가 국내에 조금씩 들여와 파는 식으로 소개됐으나 이젠 국내 대기업과 손잡고 대량 판매에 나서는 것이다. 일부 브랜드는 국내에 이미 '매니어층'이 형성돼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특징과 수입업체의 판매 계획 등을 알아본다.

◆ 3월께 첫 매장 여는 '갭'=지난달 25일 신세계의 자회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미국 갭사와 갭, 바나나 리퍼블릭 브랜드의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했다. 갭사는 올드 네이비, 포스&타운, 파이퍼라임 등의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는데 우선 두 브랜드만 국내에 선보이기로 했다. 갭이란 브랜드는 세대차를 뜻하는 'Generation Gap'에서 따왔다. 모든 세대가 착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의미를 담았다. 갭은 남성.여성.아동.유아 의류뿐만 아니라 액세서리.생활용품까지 판매한다. 바나나 리퍼블릭은 '고품격 캐주얼'을 지향한다. 갭과 달리 20~40대를 겨냥한 제품을 만든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두 브랜드의 강점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꼽는다. 특히 갭은 1969년 미국 시카고에 첫 매장을 내면서 생산.유통.판매 일관체제를 갖춤으로써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갭의 국내 판매가격이 미국 현지 판매가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신세계 측이 "갭을 고급 브랜드로 자리 매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갭의 첫 매장은 3월께 신세계 백화점 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 대형 판매센터 준비하는 '자라'=롯데가 자라 브랜드를 보유한 인디텍스로부터 수입 판매권을 확보한 상태다. 첫 매장 개장이 늦어지자 한때 계약 파기설이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사항을 조율하는 중이며 올해 안으로 대규모 매장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매장 위치다. 어느 도시건 가장 번화한 곳에 3, 4층짜리 건물 전체를 확보해 매장을 운영하는 자라 측에서 롯데에도 비슷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첫 매장 자리로 서울 소공동 롯데 영플라자의 두 개 층이 거론돼 왔다.

자라는 세계 곳곳에서 2주마다 신상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디자인력이 우수하다는 얘기다. 자라는 스페인 본사에만 200여 명의 디자이너를 두고 있다. 매년 1만2000여 개의 신상품을 내놓는데 각 지역 점장의 주문에 따라 생산량을 정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취하고 있다. 스페인에 총 19만 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보유한 자라는 각국으로 주 2회 제품을 항공 배송한다. 유행에 맞춰 발 빠르게 새 디자인을 내놓기 때문에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브랜드로 불린다.

◆ 상반기 5곳 매장 열 '띠어리'=제일모직이 미국계 여성복 브랜드 띠어리를 들여온다. 97년 미국 뉴욕에서 첫선을 보인 이 브랜드는 현재 도쿄.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에 광범위하게 진출해 있다. 제니퍼 애니스턴, 앤젤리나 졸리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의 사랑을 받으면서 '뉴요커 스타일' 의류로 자리 잡았다는 평을 듣는다. 제품 특징은 '간단명료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몸에 딱 맞으면서도 편안하게 디자인된 '맥스 팬츠(Max Pants)'.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주인공이 언급했을 만큼 유명한 아이템이다. 제일모직은 상반기 안에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신세계 본점 본관 등 5곳에 매장을 낼 계획이다. 가격대는 25만~45만원. 제일모직은 올해 예상 매출액을 150억원으로 책정했다. 제일모직은 국내 1위 패션업체임에도 불구하고 남성복에 비해 여성복 비중이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이 회사 여성복 부문 김진면 상무는 "띠어리 론칭을 계기로 여성복 패션사업을 다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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