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국불안 확대하는 거부권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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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대통령이 오늘 국무회의에서 측근비리 특검법 수용 여부를 매듭짓는다. 盧대통령은 자신의 측근들에게 쏠린 의혹을 가리는 계기로 삼으면서 정국의 정상화를 조성하기 위해 특검법 수용의 결단을 내리기를 간곡히 권고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盧대통령은 의혹의 시비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국의 파행을 초래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盧대통령은 그런 의혹과 비난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로 인해 야기될 국정마비를 염려하는 차원에서라도 그것을 수용하는 것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바른 자세임을 살펴야 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정당한 권리행사라는 데 이의를 달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회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표결로 가결한 사안을 다시 의결토록 국회에 반송한다면 거부권행사의 정당성을 반감시킬 것이다. 그리고 특검의 한시적 상설화를 공약했던 대통령이 정작 자신의 측근이 관련된 의혹사건을 다룰 특검에 반대한다면 대통령의 권위와 신뢰는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내외의 엄중한 현안을 산처럼 쌓아놓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 국정파행 사태를 몰고올 경우를 대통령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바닥을 탈출치 못하는 경제현실, 금융불안으로 이어지는 카드채 문제, 무법천지를 만들어낸 부안사태, 국가 안위가 걸린 북한 핵문제, 이라크 추가파병과 미군 재배치문제 등 하나 하나가 다루기 벅찬 문제이자 시급히 해결을 기다리는 중대 현안이다. 대통령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총력을 기울여도 시원찮을 정황에 대통령이 야당 측과 건곤일척의 '이기고 지는' 게임에 몰두할 여유가 있을 것인지를 대통령은 거시적 입장에서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국민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기를 바라는데 야당은 대통령의 하야운동을 들먹이고, 대통령은 협박에 굴복할 수 없다며 나라를 흔들어 놓아서야 되겠는가. 盧대통령은 먼저 국민의 안위를 염려하는 큰 정치를 해야 한다. 盧대통령의 수용 결단을 거듭 간곡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