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협력체,우리가 할 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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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몇년간 북방정책으로 발판을 다져온 우리나라 외교가 전방위로 전개될 수 있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22일부터 시작되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확대외무장관회의에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공식 초청받아 참석하게 됨으로써 이 지역의 공동번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올 가을로 예정된 유엔가입과 아울러 우리도 이제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외형적 조건들은 고루 갖추게 된 셈이다.
국제질서가 재편되던 지난 몇년간 우리의 특수한 형편 때문에 한반도주변의 안정을 우선으로한 북방외교가 중심을 이룰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 국제관계는 다변화추세로 발전하고 지역적인 경제협력과 지역안보를 강화하는 블록화경향이 두드러져 왔다.
그러한 경향은 아시아지역에서도 나타나 동남아국가연합을 중심으로한 동아시아경제권(EAEG),범아시아­태평양을 포함하는 아태 각료회의(APEC) 구상 등이 논의되고 추진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안보면에서도 미국과 일본·소련 등이 나름대로의 구상을 갖고 협의체제 구상을 갖고 있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그동안 우리외교도 아태 각료회의를 통한 이 지역의 안정과 공동번영협의체 구성에 노력하기는 했으나 그동안 북방외교에 주력하느라 다른 아시아국가와의 협력문제에 크게 관심을 가질 겨를이 적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다변화시대에 산다고 하지만 우리의 지역적 특성은 어디까지나 아시아를 발판으로 굳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시아의 동북방에 위치한 우리에게 동남아시아는 앞마당이나 다름없다.
동남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이 경제적으로 중요한 번영권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에서 이 앞마당에서 우리가 얼마나 활동공간을 확보하고 넓히느냐는 것은 이제 우리외교의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어느 지역에서나 마찬가지지만 어느 특정국가나 세력이 일방적으로 경제·정치적으로 영향력을 갖게 되면 분쟁과 불안의 요소가 움트게 된다. 이미 동남아지역은 일본의 압도적인 경제적 영향력 밑에 나온 지역당사국은 물론 주변국가들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가 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란 우선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우리나름의 경제적 협력,정치적 협력방안을 제시하고 실현시키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당사국은 물론 일본을 포함,이 지역에 관심을 가진 모든 나라들과 긴밀한 논의를 통한 협력체제 구축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시아지역에서만 국한시켜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은 일본다음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의 노력에 따라서는 일본에 대한 우려를 씻어줄 수 있는 균형자로서 기능을 갖기 바라는 관계국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동남아국가연합 확대외무장관회담에 공식 참여하게 된 것을 계기로 이 지역의 공동번영에 우리가 주역의 하나로서 능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이 다져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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